박 전 회장, 200억 금호고속 주식 담보 약정 3년 5000억 지원 요구…금융권 '터무니없다'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두고 금융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단순 시간끌기용 계획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 주식 200억원 어치를 내놓으면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3년으로 늘리고 5000억원의 대출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금융권은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1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금호그룹이 산업은행에 신규자금 요청을 하면서 추가로 내놓기로 한 확실한 담보는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 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지분이 자산가치와 향후 3년간 수익가치를 합산해 평가해 봐도 2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즉 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 일가의 200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산업은행에 5000억원을 달라고 손을 벌린 셈이다.
실제 금융회사가 주식담보 대출을 해 줄때는 향후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두고 주식가치의 50% 이내에서 대출이 진행된다.
이 논리를 적용할 경우 금호고속 주식 4.8%의 대출가능 한도는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잡고 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결정해도 '특혜 시비'후폭풍이 클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으로는 자금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박 전회장은 본인과 아들이 보유한 금호고속 주식 42.7%도 추가로 내놓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 역시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박 전회장 부자의 금호고속 주식은 금호타이어 관련 대출을 받기 위해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다. 만기가 2023년인 점을 감안하면 박 전회장 부자는 4년 안에 금호타이어의 대출을 갚아야 아시아나항공의 담보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금호고속을 아시아나항공으로 전환한 단순 회계상 돌려막기에 불과해 산업은행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다만 금호그룹이 담보를 통해 산업은행에서 지원 받으려는 신규자금 5000억원은 '영구채 인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들어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8.5% 금리에 발행한 뒤 추가로 영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감사의견 '한정' 논란으로 중단됐다.
만약 산업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해 주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크게 줄 수 있어 이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1년 단위로 맺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3년으로 늘리는 요구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고 밝히고 3년 더 달라는 의미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 아시아나 경영진에게 30년을 줬는데 3년을 더 달라는 의미에 대해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