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위기 딛고 한옥마을 지켜낸 지역민...임대료 오르며 발걸음 돌릴 판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종로3가역 6번 출구로 나와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 있다. 바로 종로 익선동이다.
익선동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장소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숨은 명소로 꼽힌다.
낙원악기상가 바로 옆 비좁은 골목길 속에 자리잡은 익선동 한옥마을은 중년에게는 추억의 거리다. 허물어진 담장과 비좁은 골목, 때묻은 낡은 처마는 지난 날을 떠올리기 적당한 곳이다. 또 뉴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익선동 골목은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정도로 빼어난 분위기가 있는 장소)'하다.
그러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 익선동이 제 2의 경리단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방문한 익선동에서는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예쁜 디저트 가게나 개량한복 가게에는 저마다 사진을 남기려는 20대 손님들로 가득했다. 혹은 옛 추억을 되새기러 온 부부나, 가족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선아(25)씨는 "익선동이 뜨는 핫플레이스라고 해서 와봤다"며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사진찍을 만한 예쁜 곳도 있어서 친구들하고 오기에 딱이다"라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익선동을 방문한 이명순(49)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와 낙원상가를 꼭 들르곤 했다"며 "그때는 사지도 못하는 비싼 악기들을 만져보곤 했는데, 옆에 이런 곳(한옥마을)이 생겨서 옛 추억도 떠올리고 좋다"고 전했다.
익선동은 1920년대 조선시대 서민들의 주거지로, 100년의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장소 중 하나다. 이곳에는 무려 도시형 한옥 110여채가 모여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옥마을을 유지해내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원래 2004년부터 기존 건물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던 지역이다. 익선동은 서울 4대문안에 있는 동네라 시내 어디든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지하철 1,3,5호선이 연결된 최적의 교통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이 넘는 갈등끝에 한옥에 점포를 내고 월세를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거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은 철회됐다.
그 후 익선동 일대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추진 대상으로 선정돼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됐다.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높이와 용도,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제한하였으며 전통문화 관련 용도의 건물에는 건축 규제를 완화했다.
마을에는 젊은 창업가들이 들어와 한옥의 개성을 살린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차리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으며 상권이 활발해졌고 지금의 익선동 한옥마을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익선동 한옥마을을 만들기까지 대형 프랜차이즈로부터 상권을 지켜내고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익선동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모인 '익선 포럼'이 주 역할을 해냈다.
익선동 자영업자들의 공동체 모임인 익선 포럼은 서울시와 부동산 관계자, 주민들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어 익선동 한옥마을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하며 익선동 한옥마을을 개성 있는 마을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들 앞으로 당면한 과제는 또 있다.
관광객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상가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세입자는 물론 실소유자에게도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청한 익선동 한 카페 주인은 "당장에 손님은 늘었지만, 인터넷에 잘 알려진 장소에만 손님이 북적인다"며 "최근 월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는데, 계속 이대로라면 버티기 힘들 수 있다"며 탄식했다.
제 2의 경리단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익선동의 부활은 부작용이 내포돼 있다.
서울시는 세입자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 임대료를 일정 이상 올리지 않는 등의 상생협약을 맺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점포는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발 위기를 딛고 한옥마을을 지켜낸 지역민들의 의도와 달리 기존 상인들이 자본의 논리에 또 다시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 된 셈이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