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롯데가 폐쇄적이고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혁신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안간힘이다.
롯데지주는 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은 장면을 공개했다.
신 회장은 이 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을 찾았다가 롯데지주 직원들의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했다고 롯데지주 측은 전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난 소탈한 회장님의 모습을 완성했다. 반면 이 순간 겹쳐지는 모습이 있다.
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거나, 커피도 직접 따라 마시는 등 ‘탈권위 대통령’의 행보를 보여줬다. 당시 문 대통령의 혁신적인 모습에 대한민국은 새로움과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의 행보가 신선했던 것은 이미 3년전 일이다. 신동빈 회장의 구내식당 행보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평이다.
이 사진을 SNS에 공개한 사람은 롯데지주 CSR 부서에 있는 이모 대리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평소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구내식당을 찾지만, 이날은 식당에서 만난 직원들과 '기념 셀카'를 찍는 등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셀카'는 롯데 지주 직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롯데 홍보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빈틈은 이 부분에서도 지적된다.
셀카란 무엇인가. 스스로 사진을 찍는 것, 셀프 카메라의 줄임말이다. 다시 말해서 예정에 없던 신 회장의 구내식당 방문을 반기는 롯데지주 직원의 요청에 의해 즉석에서 셀카가 촬영됐다면, 보도자료로 배포된 사진은 누가 찍은 것일까?
롯데 홍보실에서 언론사로 보낸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누가 봐도 홍보용으로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주 구내식당을 방문하는 격의 없는 회장님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식당에서 촬영을 대기하고 있을리 만무하다. 또 즉석에서 회장님께 사진 촬영을 요청해도 스스럼없이 응할 만큼 회장님이 흔쾌히 응할 줄 누가 알고 미리 대기한단 말인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은 예정돼 있었으며, 누군가에 의해 연출된 사진이 아닐까. 물론 이 누군가는 롯데 홍보실 직원이라는 추리는 너무 쉽다.
또 롯데 보도자료에 의하면 롯데월드타워 지하 2층의 구내식당은 임원과 일반 직원용 식당을 구분하지 않는다. 신 회장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식판에 배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부분 역시 구시대적 홍보라는 지적이다.
각 기업에서 구내식당을 임원용 직원용 구분 짓지 않게 된 것은 이미 7-8년 전 일이다. 과거에는 임원용 자리가 따로 있거나, 음식 자체도 따로 준비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롯데 홍보실이야말로 임원용(또는 회장님용) 식당 좌석이 별도로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기에 신 회장의 행보가 특별해 보인 것 아닐까.
특히 롯데측은 신 회장이 줄서서 식사를 받았다고 강조했지만, 이 역시 대통령도 상하 서열이 확실한 군대에서조차도 계급에 상관없이 줄서서 먹는것이 최근 풍토다. 그런데 신 회장이 줄서서 식사를 가져가는 모습이 보도자료에 구구절절 설명할 만큼 특별한 일이라면 신 회장이 구내식당에 와서 줄서서 식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롯데그룹은 50년 동안 규모 면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크게 성장했으나 지난 몇 년에 걸쳐 사회적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창업자의 아들들 사이에 벌어진 형제의 난과 그 과정에서 공개된 복잡하기 짝이 없는 그룹 지배구조, 총수 일가 경영 비리 혐의 및 이전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의 연루 혐의 등이 롯데의 이미지를 한없이 추락시켰다.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긴 데다 사드 직격탄까지 맨 앞에서 맞은 롯데그룹으로서는 경영 혁신과 이미지 쇄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회장이 거듭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한들 그것만으로 대중에게 깃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금방 바꿀 수는 없다. 노력의 성과가 드러날 때까지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대중을 상대로 ‘변화의 의지’가 있음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이를 감성적이고도 꾸준히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이미지 홍보다.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의 '구내식당 셀카' 행보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혁신의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속내가 너무 드러난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롯데는 폐쇄된 틀안에 잡혀있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었다. 때문에 대중에게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기업의 혁신적인 모습을 각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신 회장은 올해초에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을 깜짝 방문해 현장 경영을 하면서 고객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소통과 혁신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보도를 접한 대중의 평가 역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대한 네티즌 댓글을 보면 감성적이고 친근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호감을 표현하는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홍보만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진정한 내부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따끔한 비판이 빠지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서 ‘소탈함’과 ‘혁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스타일과 화법이 진부하고 작위적이라는 반응이 많이 눈에 띈다. 기업 철학의 혁신은 느껴지지 않고 오너만 홍보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