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정부 '규제 샌드박스'에 국회 수소 충전소...관할처 입장에 '발 맞춤'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지난 30일, 현대자동차는 여의도 국회 앞에 수소충전소를 설립하기 위한 착공식·협약식을 개최했다. 국회와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로 고압가스 분야를 꼽았고 현대차는 수소가스 충전소 설립에 국회를 비롯, 양재 수소충전소, 물재생센터 등 실종특례 5곳을 제안했다. 상업성을 강하게 띄는 다른 4곳과는 달리 현대차가 제출한 설립 지역엔 국회도 포함돼 있다. 국회 앞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는 건 세계 최초다. 현대차는 어떤 이유에서 국회에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설립을 제안한 것일까.

■수소산업 규제→수소경제 확산...한 뜻 모은 국회-정부
현대차는 미래 신 성장동력으로 수소차 산업을 주목,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세계 최초로 수소 차량 상용화를 일궈낸 데 이어 지난해 3월엔 신차종으로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는 2020년 이후로 생산량 증대 계획까지 밝혔다.
반면 가스 취급상의 안전을 골자로 한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은 현대차의 수소차 산업 발전·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해당 법령은 수소가스의 제조, 저장, 판매, 운반 등을 비롯, 설립 가능 지역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수소차 발전에 필수적인 '수소가스 충전소 확보'에 많은 제한이 따랐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종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 상징적인 곳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정부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이종배 의원의 발언대로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지으면 상징성도 있고, 수소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국민도 안심하고 수소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회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업들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를 심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 ‘실증특례’나 ‘임시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이에 현대차는 도심지역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실증특례(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을 실증하는 제도)를 요청했다. 규제 샌드박스 가스분야 1호로 수소 충전소를 설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대차는 국회를 비롯 양재 수소충전소, 탄천과 중랑의 물재생센터, 종로구 현대 계동사옥 등 5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건의했다.

■"수소 산업, '현대차' 만의 것 아냐"...국회·정부 동반자 의미 담아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실용성이 떨어지는 국회 앞에 수소 충전소 설립을 제안 했을까.
현대차가 전한 실증특례 대상 지역에는 지난해 이 의원이 밝힌 '국회 수소충전소 설립'을 포함하고 있다. 국회는 상적 특성보다 입법 기관이라는 '상징성'을 띄는 곳이다. 물재생센터, 양재 수소충전소, 현대 계동사옥 등 상업성 띄는 다른 곳과는 설립 의도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서울 도심 최초의 상업용 수소충전소로 국회를 지목한 이유는 국회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산업의 발전을 제한했던 규제가 완화 조짐을 보이자 현대차가 정부와 국회의 수소가스 '상징성 모델'에 발을 맞췄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힘을 실은 이 의원의 '국회 수소충전소' 설립은 문희상 의장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며 "이에 현대차가 정부와 국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현대차가 국회 수소충전소를 설립하겠다 밝힌 것은 국회 수소충전소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올림과 동시에 향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을 전망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현대차의 입장에선 향후 규제 완화를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가 주장한 '국회 수소충전소 설립'이 필수적이었다"고 풀이했다.
현대차의 국회 수소충전소는 국회, 정부·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불과 3개월 후 완공될 예정이다.
특정 국가의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현대차는 이번 국회 수소 충전소를 계기로 국내 수소차 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