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제품을 소유하고자 했던 과거와 달리 공유경제로 소비의 개념이 바뀌고 심지어 이를 넘어 구독경제(Subscription)로 변하고 있다.

이 새로운 경제 용어는 일정 금액을 선지불하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의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예를들면 월 정액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정기배송’ 또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과거 신문 정기구독, 우유 정기배송 서비스가 공유경제와 결합해 새로운 경제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소프트 소셜분석 시스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기배송, 정기구독 버즈량은 지난 3년(2016.02~2019.01) 간 꾸준히 증가했다. 구독경제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최근 1년 간 연관어에는 샐러드, 두부 등 다이어트 식단에서 저녁 식(食)거리와 취미, 화장품(피부)까지 등장했다.

상품을 일정한 날짜에 배송 받는 정기배송은 기존 신문이나 잡지, 우유배달 등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에는 업체에서 추천하는 메뉴가 한끼 식사 분으로 포장되어 정해진 날짜에 배송을 해 주는 쿠킹박스(테이스트샵, 아이엠어 셰프 등)와 매일 다른 종류의 다이어트용 샐러드(포켓샐러드, 프레시코드 등), 한 달에 두어 번 플로리스트가 선정한 꽃다발 (꾸까, 데일로즈 등)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배송되는 여러 종류의 화장품과 마스크 팩(먼슬리 코스메틱, 톤28 등)까지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또 일정한 금액을 내고 일정 횟수 또는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멤버십 형태도 구독경제에 해당한다.

멜론이나 지니 등 음원 서비스 또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으며, 데일리샷처럼 제휴 업체에서 매일 한 잔의 술이나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회원권 서비스와 헬스클럽이나 스크린 골프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웰빙클럽 회원권 서비스까지 업종이 다양하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내고 상품을 빌려서 사용하는 렌탈 형태도 구독경제중 하나에 해당한다.

기존의 정수기 렌탈 서비스에서 파생한 형태로, 매트리스, 비데, 공기청정기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위생제품은 이미 익숙한 렌탈 제품이 됐다.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전문가가 코디한 옷을 추천 받아 이용하고 돌려주는 의류 렌탈(줄라이), 한 달에 두 번 원하는 차량을 마음껏 빌려 탈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차량 구독, 예술 작품을 빌려서 인테리어를 주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오픈 갤러리’의 그림 대여 서비스까지 렌탈 제품 종류가 다양해 지고 있다.

-구독경제가 발달하는 이유는 뭘까

마케팅 전문가 SM C&C 권이랑 씨는 "쉽게 제품을 배송 받고, 반품이나 환불도 쉬워진 유통 시스템과 플랫폼 서비스의 발달이 그 배경으로 보여진다"라며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층은 물건을 영구히 소유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목돈을 주고 한 가지 물건을 소유하는 것 보다, 작은 돈을 지불하고 단발성으로 여러 개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용이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 번거로운 선택과 구매를 반복하는 행동을 줄이는 것이 서비스 수수료를 더 지불하더라도 이익이라는 판단이 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규모 결제를 하더라도 정기구독하는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다. 안 그래도 소비자 선택지가 넘쳐나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낮다. 월정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기업에 일정 기간 묶어 둘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현금 흐름도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이득은 바로 ‘데이터’에 있다.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기업에게 일정한 패턴과 성향 등 1회성 구매로 끝나는 소비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 주고도 못 사는 데이터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는 그 맥락은 같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뭘까.

월 정액을 지불한 후 누군가는 반찬이나 요리재료를 배달 받고, 누군가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시청하고, 누군가는 의류나 그림을 대여한다. 각기 다른 상품이지만 정기구독이 되었을 때, 중요한 공통점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큐레인션(Curation)’이다.

마케팅 전문가 SM C&C 권이랑 씨는 "소비자는 점차 제품을 직접 고르는 일을 번거로워하고 전문가의 안목으로 제공되는 추천 메뉴나 추천 상품 등 ‘추천 서비스’에서 가치를 크게 느끼고 있다"라며 "비슷한 제품의 후기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최저가를 찾아내고 결제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전문가가 최선의 선택을 대신 해 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덕분에 소비자는 실패할 가능성에서 한 발 멀어지고, 번거로운 선택을 할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새로운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찬이나 밀키트, 유아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본 소비자들은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46.0%)’는 점을 굉장한 매력 포인트로 여기고 있었다.

또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는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정보는 제한적이고, 정보탐색에 쏟을 시간이 많지 않은데,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알아서 이달의 메뉴, 이달의 스타일을 추천 해 주니 몰랐던 정보 습득과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유에서 공유경제로 그리고 다시 공유에서 구독경제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기배송,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살펴 본 소비자의 구독경제는 ‘경험’에 가치를 둔 ‘편리한 생활방식’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제품을 ‘소유’하기 보다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고, 기업은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맞춰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 ‘추천’을 통해 일회성 소비를 ‘지속적 경험’ 소비로 이끌 수 있다.

이정화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필요를 느끼는 타이밍을 노려 마케팅을 펼쳤으나, 이제는 제품이 필요한 타이밍이 알아서 배송이 되는 시대가 됐다"면서 "오히려 경쟁업체의 충성고객이 주 타겟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 가지 서비스를 오래 이용한 고객은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가장 충만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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