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카카오와 제일기획이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캠페인 ‘레드씻’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이 음주운전 예방을 내세워 자사 상품 홍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산하 TF조직인 ‘카카오브랜드실험실’과 제일기획이 수도권 음식점 두 곳에서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레드씻 (Redceipt)’캠페인을 실험적으로 진행했다.
빨강(Red)과 영수증(Receipt)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해 이름 붙인 ‘레드씻’ 캠페인은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 경고, 금지 등의 의미가 담긴 빨간색 영수증을 발급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캠페인 아이디어를 낸 카카오 최병섭 매니저는 “습관적으로 발생되는 음주운전의 원인을 무의식 속 판단의 둔감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카카오 서비스와 연계해 무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시그널로 빨간 색상의 영수증을 고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취지나 캠페인 내용만으로 보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숨은 의도가 있는것 아닌가 싶은 의문이 제기된다.
캠페인에 참여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후 카카오페이로 결재하는 손님들에게 빨간색 영수증을 발급하는 한편, 대리운전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카카오 T 대리 서비스 할인 쿠폰도 지급했다. 또 결제한 사람뿐만 아니라 술자리를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대리운전 할인 쿠폰도 공유했다.
카카오는 최근 론칭한 카카오 T 대리(옛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 홍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반발을 사면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했던 것.
논란의 배경을 이렇다.
카카오 T 대리는 지난해 11월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서비스' 정책을 시행했다. 2만2천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카카오 T 대리와 제휴한 대리업체 일도 할 수 있고, 단독배정권을 매일 2개씩 부여한다. 단독배정권은 대리운전을 희망하는 고객의 요청(콜)이 오면 노동자에게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먼저 부여하는 제도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매달 2만2천원을 회사에 상납하지 않으면 노동조건 하락을 각오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이라며 "더 적은 콜, 더 늦은 콜, 더 나쁜 콜을 받기 싫으면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겁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콜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T 대리에 소속된 모든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프로서비스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이용료를 내더라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현장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달빛기사카페' 게시판에 한 노동자는 "우선배정권을 만들어 결국 관리비·보험료·프로그램사용료를 받는 것이고 이것이 생계형 가난한 기사들 주머니들 탈취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기존 프로그램사보다 7천원 비싼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프로서비스를 깔지(가입) 않으면 못 버티게 됐다"며 "이건 돈 내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연초까지 이어지면 갈등을 빚고 있는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카카오 T 대리 서비스 홍보를 위해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카카오는 ‘레드씻’ 캠페인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ICT 서비스는 데이터의 양에 따라 혁신적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이 같은 취지의 캠페인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또다시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향한 칼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