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루이독부띠끄매장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여의도 모 무역회사에 다니는 소혜령씨(29)는 회사 근처 영등포 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독립한 소 씨는 올해 다섯 살인 강아지 '미미'와 5년째 동거 중이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일어나 미미 식사 챙기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피부병으로 인해 입맛이 없어진 미미를 위해 유기농 수제 영양식과 삶은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먹는다. 또 피부에 좋다는 영양제를 챙겨 먹은 뒤 출근한다. 주말이면 격주로 인근 동물병원에 들러 반려견 전용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하거나 공원 산책을 한다. 최근 날씨가 급쌀쌀해지면서 온라인 몰에서 겨울철에 구스다운과 동절기용 신발을 구입했다.

소 씨는 “각종 예방접종 등 병원비와 사료비 등 한 달에 30만 원 가까이 쓴다”며 “혼자 사는 저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고 말했다.

3년 안에 6조 원 시장 성장

국내 반려동물 수가 1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비율은 28.1%. 2012년 17.9%에서 5년 새 10.2% 포인트 증가했다. 전국 네 가구 중 한 가구꼴로 동물과 같이 산다는 얘기다. 반려동물 수가 늘어나자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3년 안에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2015년 1조 81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펫시장이 올해 3조 원을 넘어오는 2020년에는 5조 81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백화점잠실점에위치한애견토탈샵'펫샵'

산업의 성장은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는 용어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 펫(pet·반려동물)과 팸(family·가족)의 합성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펫코노미(pet+economy)'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시장이 날로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유통업체는 물론 식품, 화장품, 전자, 통신 회사, 백화점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백화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반려동물 출입 금지 공간이었다. 여전히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것은 제한되고 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백화점 간의 경쟁은 뜨겁다.

현대백화점은 목동점 지하 식품관 와인코너 옆을 강아지와 고양이 용품 전문 매장인 ‘루이독 부티크’로 꾸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6일 강남점에 백화점 최초로 90㎡(27평) 규모의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 '집사(ZIPSA)'를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백화점의 첫 번째 반려동물 전문 매장으로, '집사'라는 매장명은 집안의 대소사를 살뜰히 살피듯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와 특성에 따라 문제점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해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뜻을 내포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몰리스펫’으로 펫 전문 편집숍 시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반려동물용품전 ‘펫페어’를 열고 본점에 반려동물 용품 매장을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3년 전 백화점 최초로 애견 전문매장 ‘펫 부티크’를 열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럭셔리 애견 용품을 모아 편집숍 형태로 운영하는데 최근 3년간 15%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F&B'뉴트리플랜고메트릿'5종

대기업도 앞다퉈 진출

대기업의 펫푸드 시장 진출도 펫시장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동원F&B도 지난 91년부터 애묘용 사료를 생산해왔다. 최근에는 애견시장에까지 영역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88년부터 반려동물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2013년에는 '오프레시'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오네이처'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경우 2015년부터 강점인 홍삼을 활용한 펫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은 유산균을 넣은 사료를, 하림그룹의 계열사인 하림펫푸드는 모든 제품의 원료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 등급을 사용하는 등 펫푸드의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이외에 편의점 업체들도 펫시장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CJ제일제당과 함께 프리미엄 반려견 간식 4종을 자체브랜드(PB) 유어스(YOU US) 상품으로 출시했다. CU는 CU 전용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 하울고(HOWLGO)를 출시하고 반려동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 100곳을 선정해 다양한 프리미엄 애견 브랜드 상품으로 구성한 반려동물 용품 존 'CU 펫하우스'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 시장, 반려동물 서비스 개발에 올인

온라인 시장도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가 우리의 소중한 애완견, 애완묘를 위한 먹거리를 3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GS프레시는 작년 7월 장보기몰 최초로 오픈한 ‘반려 동물 상품 당일 배송 및 새벽 배송 서비스’ 이후 작년 11월 대비 올 10월 반려 상품의 매출이 770% 신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센터 권역 내(서울지역, 고양, 과천 등)로 관련 상품을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날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주간 시간대에는 주문 후, 3시간 내 상품을 문 앞에서 수령 받을 수 있다.

특히 10월에 진행한 GS프레시 단독 판매 상품인 ‘츄르 츄릅 세트’, ‘만원의 행복 세트’등의 큰 인기와 주문 후 3시간 만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으로 호응을 얻으며, 작년 11월 대비해 올 10월 반려 상품의 매출이 770% 신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 온라인몰은 '펫#'이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해 제품 판매뿐 아니라 사육 팁 제공하는 등 반려용품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올리브영 온라인몰 펫#은 단순 제품 판매뿐 아니라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의 사육 팁을 제공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펫팸족의 반려동물 관련 고민 해소에 도움을 준다.

롯데닷컴은 모바일 반려동물 전문관 '미미뚜뚜'를 마련해 펫팸족을 위한 소통 창구를 제공한다. 미미뚜뚜에서는 현직 수의사와 전문 훈련사들이 펫팸족의 문의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수의사 무료 상담' 코너,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뽐내기' 게시판 등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제공한다. '미미뚜뚜'를 통해 쇼핑몰에서 펫팸족이 서로 정보를 나누는 반려동물 종합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롯데닷컴의 설명이다.

옥션은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해 2015년 9월 반려동물 소통·쇼핑공간인 '펫플러스'를 론칭한 바 있다. 또, 반려동물 정보 등록 통한 큐레이션 서비스로 편리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옥션 '펫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우르르 올려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 소비 패턴에 맞게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선별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다.

팻케어 IT와 만나 '진화'

현대인들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IT와 만나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려동물을 원거리에서 다양한 기기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펫캠’을, 마이크로소프트는 로봇을 원격 조종해 외부에서 반려동물과 놀아주고 케어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외부에서 주인 목소리를 전달하거나 영상을 볼 수 있는 가정용 폐쇄회로TV(CCTV) ‘맘카’를, SK텔레콤은 반려동물 위치정보(GPS)를 확인하고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키코’ 서비스 등을 내놨다. KT는 올레TV를 통해 반려견이 보는 ‘도그TV’, 반려견 전용 오디오 채널 ‘도그 앤 맘’, 반려동물 전문채널 ‘스카이펫파크’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전문 호텔과 고급 요양원 등도 인기고 전용 카페와 놀이터는 흔하다. 동물 전문 한의원과 헬스장,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하는 요가도 등장했으니 '펫코노미'라는 말이 실감 난다.

업계 관계자는 "펫팸족, 펫코노미 등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이 다양한 형태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확대되고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고품질, 스마트화, 웰빙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맞춰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위주에서 반려동물의 여가까지 책임지는 체험형 서비스까지 상품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유통업계의 핵심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펫푸드,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태이고, 반려동물 진료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기 동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다양한 펫보험 상품 출시를 위해 동물등록제의 실효성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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