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매년 연말이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한해 동안 가장 화제를 모은 사건이나 이슈를 사자성어로 표현해 발표한다.
직장인들은 올해 자신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몹시 바쁘다'는 의미의 '다사다망'(多事多忙)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 5∼7일 직장인을 비롯한 성인남녀 2천971명을 대상으로 올해 '자신의 사자성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14.2%가 '다사다망'을 선택했다.
이어 '고목사회'(枯木死灰·마른 나무나 불기 없는 재와같이 생기와 의욕이 없는 상태)와 '노이무공'(勞而無功·애만 쓰고 보람이 없는 것)을 꼽은 응답자가 각각 13.0%와 11.5%로, 2·3위였다.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는 의미의 '각자도생'(各自圖生·11.3%)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의 '전전반측'(輾轉反側·11.2%) 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이색 사자성어를 꼽게 한 결과 '서류광탈(면접광탈)'이 응답 비율 12%로 가장 높았다. 서류광탈은 입사 시험에서 서류 단계부터 탈락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이밖에 '돈이음슴'(얇아지는 지갑)(9%)과 '백수다또'(취업이 잘되지 않는 상태)(9%), '무한도전'(힘든 상황임을 알지만 일단 도전함)(8%)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직장인, 구직자, 자영업자 등이 꼽은 역대 사자성어는 뭘까.
2017년 구직자들은 ‘고목사회’, 직장인들은 ‘다사다망’을 올 한 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로 꼽았다.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 속 구직자들은 아무런 의욕 없이 한 해를 보냈음을 뜻하는 ‘고목사회’(20.1%)를 첫 번째로 선정했다.
이어 스스로 제 살길을 찾으려고 애썼다는 ‘각자도생’(13.4%),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전반측’(10.9%),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수무푼전’도 상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는 2016년 구직자와 직장인 1259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조사했다.
구직자들은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한다’는 뜻의 ‘구지부득’(17%)을, 직장인들은 ‘먹고사는 데 대해 근심’을 의미하는 ‘구복지루’(1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최악의 구직난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팍팍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구직자들은 ‘밤낮으로 잊을 수 없는 근심이 있다’는 의미의 ‘숙석지우’(宿昔之憂·9.2%)와 ‘몹시 마음을 졸인다’는 ‘노심초사’(勞心焦思 ·8.6%), ‘말만 과장되고 실행은 부족하다’는 ‘언과기실’(言過其實·8.4%), ‘굳게 참고 견뎌서 마음을 뺏기지 않는다’는 ‘견인불발’(堅忍不拔·8.1%) 등을 올해의 말로 뽑았다.
직장인들은 ‘구복지루’와 함께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뜻의‘백구과극’(白駒過隙·13.6%), ‘제각기 홀로 살아 나갈 방도를 꾀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9%), ‘힘에 부쳐 감히 마음을 먹지 못한다’는 ‘감불생심’(敢不生心·8.3%),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재물을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가렴주구’(苛斂誅求·7.8%)를 들었다.
또 구직자와 직장인들은 2016년 대한민국을 가장 잘 드러낸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25.6%)를 1위로 꼽았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어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하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16.4%), ‘어려움이 극에 달해 위태롭다’는 뜻의 ‘간두지세’(竿頭之勢·11%)가 2,3위에 올랐다.
2015년 사자성어로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 내년을 기대하는 사자성어로는 ‘근자필성(勤者必成)’이 꼽혔다. 이외에 ‘분골쇄신(粉骨碎身: 있는 힘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음)(10%)’이 기타 의견으로 올라 직장인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했다.
재미와 날카로운 풍자를 지닌 올해의 사자성어는 어떻게 선정될까.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협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비교적 쉬운 사자성어들이 추천됐다"면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함축적이고 세태 반영성이 높은 사자성어를 찾고자 했다. 어려운 단어는 대중에겐 어렵고 낯설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생각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매년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직장인, 구직자, 자영업자 위주로 선정하는 사자성어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자성어로서 의미 유무를 떠나 '을의 마음을 대변'한다는데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