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종건 자회사 ‘NPL 매입’ 정황 확인
196억원 회수 과정에 ‘이례적 자금 흐름’ 논란
이영환 조합장 "1년 늦어져도 개발계획 변경해 다우 배제" 재확인

올해 4월 열린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2025년 임시총회' 장면.
올해 4월 열린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2025년 임시총회' 장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이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법원이 다우아이콘스(이하 다우)의 사업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음에도, 조합 측은 "신뢰 관계가 이미 파탄 났다"며 결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뇌관도 터졌다. 서해종합건설(이하 서해종건)의 자회사가 다우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조합장의 입을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과정에서 불거진 기이한 자금 흐름이다.

특히 450억 원 규모의 해당 채권을 두고 다우 측은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가 이미 지나 지급 의무가 없다"고 강력히 맞서왔다. 하지만 서해종건 측은 이러한 '시효 만료'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합을 상대로 적극적인 청구 절차를 진행, 결국 196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멸시효 논쟁마저 무력화시킨 서해종건의 이례적인 자금 회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합장은 "서해종건의 단독 개발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같은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서해종건이 조합을 앞세워 리스크는 피하고 실속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꽃놀이패'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1일 논란의 중심에 선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 이영환 조합장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조합장은 다우와의 관계, 서해종건의 개입설, 그리고 196억 회수 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나, 곳곳에서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들도 포착됐다.

◇ "신뢰 깨져"... 1년 이상 추가 시간 필요한 '판 새로 짜기' 예고

이 조합장은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다우와는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다우와의 관계에 대해 "법적 효력을 떠나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깨졌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현재 환지계획 인가와 실시계획 인가 변경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기존 개발계획으로는 사업 완성이 어렵다"며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개발계획을 변경해 새로운 판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일반적으로 개발계획 변경에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조합장의 '1년'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다우를 배제하고 서해종건과 손잡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서해 권유로 투자했다" 시인… NPL 매입사는 '태성자산운용'

취재 과정에서 서해종건의 조직적인 사업 개입 정황이 조합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그는 본인이 서해종건 출신임을 인정하며, 과거 회사 측 개발사업자(서해종건 임원)의 권유로 용인 역삼지구에 투자하게 됐다고 시인했다.

특히 다우의 채무(NPL)를 매입한 주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서해종건의 자회사가 맞다"고 인정했다. 확인 결과 해당 자회사는 '태성자산운용 주식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합장은 대의원 구성에 대해서도 "40명 중 7명 정도가 서해종건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밝혀, 서해종건이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사실상 조합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 "서해가 다독 매입하면 나쁜 땅까지 떠안아야"…조합장 발언 논란

인터뷰 도중 서해종건의 실익을 먼저 걱정하는 듯한 조합장의 발언도 나왔다.

기자가 "자금력 있는 서해종건이 차라리 모든 토지를 매입해 단독 개발로 가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그는 "부지에 좋은 곳과 나쁜 곳이 있는데 단독매입하면 서해가 그 나쁜 것까지 떠안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서해종건이 리스크가 큰 '토지 전체 매입' 대신 조합이라는 외피를 통해 수익성 높은 사업권만 챙기려 한다는 이른바 '체리피킹(Cherry Picking)' 의혹을 사실한 인정한 셈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조합원의 이익보다 시공사의 리스크를 먼저 걱정하는 조합장의 태도는, 조합이 서해종건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 부채 3000억 주장 vs 실체 없는 가공채권 의혹

조합 측이 다우를 배제하려는 명분은 '부실'과 '도덕성'이다. 이 조합장은 "다우는 확정 판결받은 채권만 1000억 원, 채권단 주장까지 합치면 부채가 3000억 원에 달하는 회사"라며 공사 수행 능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련 자료를 종합해 보면 실제 다우의 부채는 200억 원 내외로 추산된다. 조합장이 주장하는 3000억 원에는 허위로 만들어진 '가장채권'과 앞서 언급된 NPL 채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과장된 부채 규모를 앞세워 멀쩡한 파트너를 부실 기업으로 낙인찍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조합장의 주장과 달리 현재 해당 사업의 달성률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은 절차는 신탁사와 시공사가 담당해야 할 단계로, 다우는 관리·감독 업무만 남겨둔 상태다.

아울러 이 조합장은 다우 전·현직 경영진의 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조합원들의 불신을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현 조합 집행부와 서해종건의 독단적인 폭주를 막아달라"며 오히려 다우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 서해종건 임원, 취재 전면 거부... "할 말 없다" 

이번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서해종건 측은 언론 취재에 극도로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본지가 서해종건 임 모 상무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임 상무는 "할 말 없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등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이권이 걸린 용인 역삼지구 사업은 '다우 배제'를 선언한 조합과 소멸시효 논란 속 196억 원을 회수해 간 서해종건,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도 벼랑 끝에 몰린 다우 등이 뒤엉킨 복잡한 국면에 놓여 있다. 업계에서는 “서해종건의 조합 활용 전략이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체리피킹 (Cherry Picking): "신 포도는 버리고 달콤한 체리만 골라 먹는다" 뜻에서 유래한 단어로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위험한 것은 배제하고, 이득이 되는(맛있는) 부분만 선별적으로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경제·시사 용어입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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