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1.5조 '폭탄 돌리기'…책임경영은 '뒷전'으로 밀려
"정부, 수출 주도하고 홍보 열 올리더니 국민 피해 돌아올 손실 커지자 나 몰라라"
재무제표서 적자·누적 수익률 부진 확인…런던 LCIA 중재 신청 "금액 부담 너무 커"
정부 팀코리아 시너지 강조에도 향후 프로젝트 위험 신호…발주자 관점, 신뢰 약화

ㅗㅇ한국이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 사진= 한전.
ㅗㅇ한국이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 사진= 한전.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사업은 '속빈강정'으로 지적됐다.

외형상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구조적 문제 때문에 실속이 없어 안으로 곪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원전업계가 '팀코리아'(Team Korea)를 앞세워 수주 영역을 확대하는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공사비 정산 문제로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와 1조5800억원 규모의 국제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 집안싸움은 반년 가량 이어졌지만 아직도 언제 끝날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해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과 한수원 간의 갈등은 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비 부담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집안싸움이 계속되는 사이 자회사의 실적까지 집계해 발표하는 한전의 부채와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나 몰라라"며 손 놓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는다. 감독 부처가 팔장을 끼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자 정부의 존립 근거까지 의심받는다는 반응까지 터져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수출 땐 앞장 서서 주도하고 홍보까지 하더니 문제가 생기니까 뒤로 빠지며 그 책임을 산하 공기업에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갈등 조정력 부재를 넘어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산하 공기업끼리, 그것도 모기업과 자회사가 국제소송을 벌이고 그 여파로 결국 국민의 피해가 우려되는 공기업 손실이 눈 앞에 보이는데도 행정 관료들이 사실상 무사안일  업무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과 한수원의 소송은 2016년 이후 수주는 한전, 시공은 한수원이 맡는 등 기계적으로 분리된 기형적 수출 구조가 낳은 예고된 '폭탄 돌리기'로 지적됐다. 

양측이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수익성 관리와 책임 경영은 뒷전으로 밀린 결과로 풀이됐다.

특히 이러한 '속빈강정'식 확장이 지속될 경우 제3국 수주전에서 저가 경쟁에 내몰려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살펴 보면 UAE 바라카 원전은 겉으로는 성공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3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수익률도 -0.2%에 그쳤다.

이에 한전과 한수원이 그 비용 부담과 책임을 두고 이미 국제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원전 수출 1호로 알려진 UAE 바라카 원전은 그동안 '사막의 기적', '한국형 원전 수출 성공 사례'로 소개돼 왔다.

그러나 준공 이후 공사 지연과 설계 변경, 추가 자재 투입 등으로 약 11억 달러(한화 1조5800억원가량)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한수원은 이를 한전에 정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한전은 "먼저 UAE 발주처로부터 추가 비용을 회수해야 내부 정산이 가능하다"고 밝혀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 신청을 진행한 상태이다. 최종 중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아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공기업 간 분쟁 조정은 주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 산하 관련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국제 중재'로 진행된 것은 '배임(Breach of Trust)'문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1조5800억원가량의 금액은 조정을 통해 양보하기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업계는 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관련한 이번 분쟁을 단순한 회계 다툼이 아니라 수주 이후 부담을 둘러싼 문제로 평가했다.

이는 한전이 수주·계약·수익 확보를, 한수원이 설계·시공·공사비 집행을 맡는 구조에서 수익과 비용 책임이 분리돼 있어 전체 사업의 수익성 관리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데에 따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체코 원전 등 향후 프로젝트에서도 '수주 잭팟'이 '적자 늪'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체코 등 주요 시장에서 '원팀 코리아'가 발휘하는 시너지와 안정성을 핵심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천억 원대 소송 비용을 지불하며 각자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발주처 입장에서는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공사인 한수원이 소송 중인 상황이 언제 공사가 중단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셈이다. 이는 한국 원전의 최대 강점인 신뢰성과 안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충수로 풀이됐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IX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수원과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산 분쟁 관련 "한수원 측이 발주처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입증 증빙을 제공하지 않아 공사비를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팀 코리아끼리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서로 협조해 발주처로부터 목표 금액을 최대한 받아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수원 관계자도 "이번 클레임이 협상으로 타결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화와 협상의 길은 열려있는 상태"라고 전한 바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UAE 바라카 원전 공사 당시 한전이 독일 건설·제작 업체에 밸브 부품을 주문했지만 다른 부품이 납품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업체 간 계약을 맺을 때 이런 사례에 대비해 사전에 책임 소재를 명시하는 문구를 넣어야 하는데 한전이 이를 누락했다"며 "이 때문에 공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한전 책임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결국 이번 문제는 원전 사업 자체와는 관련이 없으며 한전의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09년 이명부 정부 시절 '팀 코리아' 체제를 꾸려 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함께 따냈다.

하지만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설계 변경으로 발생한 11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한전과 한수원은 LCIA에서 총 368억원의 소송비를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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