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감소세 지속…정부 전망과 온도차
월세 보증금 전세 추월 사례 속출
반전세·혼합형 계약 확산하며 임차인 부담 가중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전세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며 임대차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월세 물량은 증가세를 보이며 ‘월세화’ 흐름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해당 지역에는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전세 공급 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6223건으로, 전주 2만6467건 대비 감소했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설명과는 다른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전세 수요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는 10일 기준 104.4로 전주보다 소폭 상승해 수요 우위를 유지했다.

현장에서도 전세 매물 부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갱신 계약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며 “전셋값이 오르면서 세입자의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15% 오르며 주요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이 이어졌다.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학군지 위주로 수요가 몰리며 일부 단지는 매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 심화는 월세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량은 이달 12일 2만2370건에서 19일 2만2569건으로 늘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인·성동구) 등 인기 지역에선 월세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가격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59㎡ B타입은 최근 보증금 9억원·월세 8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 아파트 전세가격은 8억원 후반~10억원 선으로, 일부 거래에서 월세 보증금이 전세를 추월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보증금 9억3000만원·월세 40만원에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달 9억1800만원에 더 저렴한 전세 거래도 포착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어 월세 수요 증가하고, 이에 따라 월세 보증금이 올라 전세가격을 넘어서는 '임대차 악순환'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가 자리한다. 허가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전세를 놓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대출 규제로 전세 수요가 억눌리면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와 월세의 경계가 흐려지는 ‘반전세·혼합형 구조’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겸임교수는 “전세 공급이 줄면서 월세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더해지며 전세와 월세가 결합된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과 세금 부담 전가가 맞물려 월세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와 월세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시장 구조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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