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38% 급감, 포트폴리오 축소
콘테라파마 중심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사진=부광약품]
[사진=부광약품]

 

부광약품이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줄인 가운데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내부 임상 프로젝트의 축소와 맞물리며 연구 중심 정체성에서 플랫폼·글로벌 협업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부광약품의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은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8% 감소했다. 2023년 같은 기간 395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12.74%로, 전년보다 약 5% 줄었고 2022년 3분기 31.38%를 기록했던 시기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잇따른 임상 중단, 기술 반환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수년간 진행된 주요 프로젝트 중 △당뇨병 치료제 MLR-1023 기술 반환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 개발 중단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 개발 사실상 종료 등 성과 부진이 이어졌다. 최근 5년간 사업화에 성공한 신약은 해외에서 개발된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정(성분명 루라시돈)' 도입 사례가 사실상 유일하다.

부광약품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을 분리해 RNA테라퓨틱스 전문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콘테라파마는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이번 분할로 기존 파킨슨병 파이프라인은 유지하면서 RNA 기반 신약개발은 별도 플랫폼 회사가 전담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콘테라파마는 올해 들어 파킨슨병 개량신약 'CP-012' 임상 1상 성공과 덴마크 룬드벡과의 RNA 신약 개발 플랫폼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특히 RNA 플랫폼은 2021년부터 개발을 본격화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저분자화합물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모두 도출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했으며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여타 글로벌 제약사와 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를 혁신신약 개발의 핵심축으로 두는 한편 나머지 재규어 테라퓨틱스, 프로텍 테라퓨틱스 등 나머지 해외 자회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운영 효율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룬드벡과의 계약, 라투다 판매 등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투자 축소 또는 중단 가능성까지 포함한 구조조정 성격의 조치다. 

다만 오픈이노베이션 자체를 지양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처럼 국내 대학·초기 벤처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되 콘테라파마 중심의 R&D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RNA 플랫폼 분할도 연구 인력을 유지한 채 법적·재무적 구조만 독립시키는 방식으로, 외부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투다 판매 증가로 안정적 수익 기반이 생기면서 직접 개발 R&D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재무성과뿐 아니라 연구개발 역량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자체 임상 경험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충분히 확보될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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