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시장에서 XRP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첫 현물 XRP ETF가 공식 신고되고, 이어 캐너리 캐피털이 순수 현물 기반 ETF ‘XRPC’를 전격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XRP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격은 조용하다. 커뮤니티는 “이 정도 강재료면 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역시 XRP는 왜 안 오르는가”라는 실망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ETF가 구조적으로 XRP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확실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보지만, 단기적 시장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ETF 자금이 실제 현물 매수로 연결되는 속도, 시장의 유동성 흡수력, 그리고 규제 신뢰 회복 여부가 가격 상승의 관건으로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단연 XRPC의 첫 거래일 자금 유입 규모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XRPC는 상장 첫날 약 2억4500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2024년 1월 첫날 1억1,160만 달러 유입을 기록했던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IBIT)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자금이 몰렸다.
이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XRP 기관 수요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 ETF라는 제도권 투자 방식이 XRP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거래일에는 유입 추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약 2,7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하며 플러스를 유지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자금 흐름만 놓고 보면 XRP ETF는 성공적인 출발을 넘어 상징적인 분기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ETF의 성공적 데뷔에도 불구하고 XRP는 주요 코인들에 비해 조용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TF의 구조적 특성과 시장 심리가 맞물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ETF가 투자자 자금 유입과 동시에 즉각적인 현물 매수를 발생시키는 구조라 하더라도, 모든 운용사가 하루 단위로 실시간 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기 설정 규모가 큰 ETF일수록 수일~수주에 걸쳐 현물 매수 작업이 분할 집행된다. 따라서 XRPC의 자금 유입이 XRP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SEC와의 오랜 법적 공방으로 XRP는 미국 시장 신뢰도에서 큰 손상을 입었다. ETF 승인이 이를 일정 부분 복구했지만, 기관 자금이 장기 포지션으로 전환되려면 ‘규제 리스크 완화’라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BTC와 ETH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며 ‘대형 자산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알트코인 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XRP 역시 제한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ETF 운용사들이 초기 설정 자금, 신규 유입 자금, 그리고 재매수를 모두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시장의 현물 수요는 단숨에 급증한다. 특히 XRP처럼 유통량 대비 거래 유동성이 다소 얕은 시장에서는 기관의 실매수 수십억 달러만으로도 가격은 기하급수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요약하면, ET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매수 장치이며, XRP는 이미 이 ‘판’에 올라탔다.
현재 XRP 가격이 즉시 폭등하지 않는다고 해서 ETF의 효과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ETF 현물 매수의 누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한 초기 유입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몇 주~몇 달에 걸쳐 ETF 기반 매수세가 단계적으로 반영되며 가격 변곡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