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材報國' 실현 나서...호주·아르헨 1조원대 리튬 투자 단행
제철 역량 고도화…현지화·합작으로 관세·공급망 리스크 차단

"지속 가능한 내일은 결코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기업들은 서로 다리를 놓고(Bridge), 비즈니스로 세상을 변화시키며(Business),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장인화 회장 경주 APEC CEO 서밋 기조연설 내용 일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제철 중심의 전통적 경영 구호를 넘어 이차전지소재 확보를 통한 ‘소재보국’(素材報國 ) 실현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철강을 핵심 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이차전지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원가 경쟁력 강화와 원료 공급 안정화를 목표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포스코, 호주·아르헨티나 리튬 자원에 1조1000억 투자
14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해 호주와 아르헨티나의 우량 리튬 자원 확보에 나선다. 포스코그룹은 호주의 대표 광산기업인 미네랄 리소스가 신규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의 지분 30% 인수를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약 7억6500만달러, 한화로 약 1조원 규모다.
이번 투자를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미네랄 리소스가 서호주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톱티어(top-tier) 리튬 광산인 ‘워지나 광산’과 ‘마운트마리온 광산’으로부터 연간 27만 톤의 리튬 정광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두 광산의 생산 능력 확장 계획을 반영한 수치로, 수산화리튬 3만7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며, 전기차 약 86만 대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여기에 우량 염수 리튬 확보까지 더했다. 지난 5일 포스코홀딩스는 캐나다 자원개발사 LIS의 아르헨티나 현지법인 지분 100%를 6500만 달러(약 950억원)에 인수해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내 추가 고품위 리튬 자원과 부지를 확보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인수로 2018년 확보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주요 광권과 인접한 광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미 구축된 현지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기존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는 고품위 리튬 원료 확보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공급망 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非)중국계 기업 가운데 대규모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미국 등 주요 수요처 대응과 장기적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호주의 톱티어 리튬 가행 광산에 대한 지분 확보와 원료 확보 전략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1~2023년 리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확보 경쟁을 촉발했으며 인터내셔널 공급망 차원에서의 자원 확보가 장기적 원가 경쟁력과 생산 안정성으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 포스코, 호주와 기술·자원 동맹 가속
지난달 30일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포항 제철소를 방문했다. 호주 총리의 포스코 방문은 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를 찾아 호주산 철광석과 원료탄이 실제로 활용되는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포스코그룹은 1971년부터 호주산 철광석과 원료탄을 도입해왔으며 현재까지 누적 사용량이 약 15억톤을 넘는다. 또 포스코는 2010년 로이힐 광산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호주에서의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현지에서 탄소저감 원료인 열간성형철(HBI, 저탄소 철강 원료)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넥스에너지를 인수해 천연가스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장했다.
앞서 포스코는 호주 대표 원료기업 BHP와 하이렉스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BHP는 데모 플랜트 시험 가동에 필요한 철광석과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기로 했다.
장인화 회장은 면담에서 “호주는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에너지 분야까지 미래 성장산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신뢰를 공고히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의 풍부한 자원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제철 경쟁력 확보…현지화로 관세·물류 리스크 선제 대응
장인화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북미 현지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북미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50% 고율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판매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포스코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연간 1727만t의 조강을 생산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사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용 강판 부문에서는 시장의 약 45%를 점유해 사실상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높은 대미 관세율 50%로 인한 수입비용 상승을 직접 완화하고, 현지 조달·생산 체계를 강화해 가격 경쟁력과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에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합작투자 추진을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다. 현대차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270만t 규모의 미국 최초 전기로 일관제철소 설립 계획을 지난 8월 발표했다.
내년 3분기부터 2029년 1분기까지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가 투자된다. 양사는 철강 분야에서 통상환경 극복을 위한 글로벌 합작 투자부터 탄소저감 철강 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탄소중립 전환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북미 현지 철강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 적응과 유통망 확보에 집중하고, 이후 현대차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현지 제철소를 설립해 통합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관세·물류 등 현지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지난 8월 포스코그룹은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협약을 맺고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일관제철소는 석탄,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원료 조달 경쟁력이 높은 인도 오디샤주를 주요 후보지로 선정해 공동 타당성 검토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규모는 조강생산량 600만 톤으로 지난해 검토했던 500만톤에서 확대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이는 인도의 철강소비량이 최근 3년간 9~10%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신흥 성장시장에 더욱 적극적인 시장 선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은 양사가 각각 50%를 보유하는 동등한 파트너십 구조로 추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