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적자→흑자 전환, 임단협 무분규 타결로 경영 안정화”
“고부가 제품·디지털 전환·글로벌 거점으로 수익성 재편”
인도·호주 판매 거점 확대…현지 생산·판매망 가동
보호무역·관세 리스크 대응 위한 미국 현지 제철소 승부수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 올해 ‘수익 중심의 사업 체계 강화’, ‘탄소중립 실행 효율성 제고’, ‘미래 성장 기반 확보’라는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자 한다"(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긴 서강현 사장 인사말)

내년 취임 2주년을 앞둔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서 현대제철 지휘봉을 거머쥔 후 적자 구조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임단협 타결까지 이끌어 내며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서강현 사장은 재임 기간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과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경영의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MS강·스페셜티 제품 등 고마진 품목 비중을 늘리고 생산 효율화를 추진한 전략이 최근 실적 개선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가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 4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 5지회가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금 8만원 인상과 성과급 300% 및 500만원, 상품권 20만원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최근 수년간 임금교섭 과정에서 파업 가능성이 잦아 노사 갈등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무분규 타결은 업계에 의미 있는 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에는 임단협 교섭이 7개월간 이어지며 총파업과 직장폐쇄까지 이어지는 극한 대치가 발생했고, 이는 회사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합의는 철강업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반영한 실용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복된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다가 올해 2분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1% 안팎의 낮은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2024 3분기 515억원(0.9%) ▲ 2024년 4분기 -458억원(-0.8%) ▲2025년 1분기 -190억원(-0.3%) ▲2분기 1018억원(1.7%) ▲3분기 932억원(1.6%) 등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 철강 수요 침체, 공급 과잉이라는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현대제철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중국발 저가 공세와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가 맞물려 판가 회복이 지연됐고, 원료비·에너지비 등 비용 부담은 이익을 더욱 갉아먹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원가 절감과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군으로의 전환, 생산 효율화 설비 투자, 판매 채널 다변화 등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서강현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서강현 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2015년 현대자동차 회계관리실장 ▲2018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전무) ▲2021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서강현 사장은 현대차에서 재무·전략 부문을 이끌며 매출·영업이익 등 주요 성과를 견인한 재무 전문가다. 2021년부터는 기획 부문까지 겸임하며 중장기 전략 수립과 미래 지향적 투자 결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2019~2020년 CFO 재임 당시 재무구조 개선을 마무리한 경험이 현대제철 사장 임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서강현 사장이 취임한 2024년도 철강 업계는 건설업 부진과 값싼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겹치며 철강 수요가 감소했고,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에 서강현 사장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실적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인도·호주 등 글로벌 판매 거점 강화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공동연구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시장 다변화와 기술혁신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판매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푸네(Pune)에 SSC(판매·서비스·센터)를 완공하고 상업 생산을 개시했다. 회사는 인도 서북부 그룹사 및 완성차 생산 클러스터 내 신규 생산·판매 거점을 확보해 연간 약 25만t 수준의 생산 능력(Capa 25만톤/년)을 확보하고, 현지 완성차 업체 및 글로벌 OEM 대상 자동차강판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건설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 인증(SSA: Steel Sustainability Australia)을 기반으로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저탄소 철강재 판매 확대를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AWS와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또 MS강·3세대 강판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 양산을 본격화하고 모듈러 주택·H형강 기반 합성기둥 등 성장산업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과 공법·구조 개발을 통해 수익성 개선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재원 확보와 투자비의 적정 배분을 위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상에는 현대스틸파이프와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 등 매각 후보로 거론되는 사업들이 포함된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로 CBAM(탄소국경조정제)과 탄소배출권 비용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확인되며 단기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면서 "더 중요한 건 중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이익 체력 강화)과 ‘전략의 현실화’(미국 전기로 투자·글로벌 OEM 대상 공급 확대)다. 미국 전기로 투자가 11월경 지분 구조 확정 등 현실화 단계에 진입하면 고부가 강판 확대(3세대 강판·초고장력강)로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서강현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임기 완료를 몇 개월 앞두고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미국 제철소 건립이 가장 큰 시험대로 떠올랐다. 

현대제철은 미국의 관세율이 50%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현지 완성차업체에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하고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강판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공장과 연계해 공급망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총투자비 8조5000억원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제철소 설립 추진 속도에 따라 사장의 업적이 판단되는 만큼, 프로젝트는 단순한 설비투자를 넘어 회사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과 대미 통상 리스크 관리 역량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100% 출자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부지 확보와 설비업체 선정 등 초기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발표했다. 

서강현 사장은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미국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이를 통해 갈수록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및 공급망 규제에 대응하고, 탄소저감 자동차 강판의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함으로써 미래 성장 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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