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마트, 한국 단일 품목 론칭에 70~80% 할인전까지...방문 외국인 '눈길' 사로잡아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나나미 상. 하야쿠, 하야쿠"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명동 쇼핑거리. 능숙한 어조의 일본어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은 멀리 뒤쳐진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국내 시장에서 신발 브랜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ABC마트다. 멀티샵 형태의 매장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를 포함해 다수의 신발을 모아놓고 파는 ABC마트는 1990년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일본인이 해외에서 자국 브랜드를 찾는 의아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 닿은 상황에서 한국까지 찾아와 ABC마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질문의 궁금증을 찾고자 ABC마트로 발길을 향했다.

ABC마트, 70~80% 가격 할인에 단일 한정 상품까지...호객 마케팅 풀가동

매장 안에 들어서니, 한국인은 온 데 간 데 없고 중국인, 일본인 등이 그 빈 자리를 메꾸고 있다. ABC마트에 대한 대국민 '불매운동' 파급력이 실감되는 장면이었다.

"에에. 나나쥬퍼센토?(70%) 스고이" 한 일본인이 신발 앞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서 몹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가격표에는 '70%↓' 이라는 판매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신발을 신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핀 일본인 소비자는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나이키 신발 2켤레를 구매한 이들은 더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듯, 다른 브랜드 코너로 성급히 자리를 옮겼다.

매장 내 진열된 대다수의 품목에는 취지가 불명확한 대규모 할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간 ABC마트가 '페스티벌 행사', '어린이 날 행사' 등 할인 취지를 분명히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ABC마트 내부의 할인전 모습. 취지를 알 수 없는 대규모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ABC마트 명동점은 타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다양한 모델도 전면 론칭됐다. 명동ABC 마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 일본인 등의 비중이 높아져 가는 것 같다. ABC마트 명동점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여러 모델 라인 덕에 인기가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의 여파로 직격타를 맞은 ABC마트가 일본인 등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 판매하지 않는 단일 상품을 론칭하거나, 불매 운동 시기에 대대적인 가격 할인전을 진행하는 점이 이를 증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홍승현(45) 씨는 "불매 운동의 여파로 경영난에 허우적 거릴 줄 알았던 일본 브랜드들이 영업 대상을 외국인까지 넓히고 있다"며 "한국에서 사실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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