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콘셉트에 지갑열려...잇단 형식 깨부수기도 인기요인

유통업계에 상식을 초월한 제품들이 속출하고있다. 공식을 파괴한 신제품들이 ‘펀슈머’ 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것.

펀슈머는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용어로 제품에서 경험한 ‘재미’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펀슈머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소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트렌드 코리아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들은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콘셉트에 빠르게 반응한다”며 올해 마케팅 키워드 중 하나로 ‘콘셉팅’을 내세웠다.

◆식품업계 ‘맛의 新세계’를 창조한다

식품업계에서는 가장 익숙하고 전통적인 맛에 전혀 다른 맛으로 바꾸거나 제형을 변형해 출시하고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해당 매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을 점포로 끌어들이는 게 더욱 중요한 목표로 여겨진다”며 “각 편의점 브랜드의 미끼상품인 동시에 킬러 콘텐츠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오리온은 초코송이를 젤리 형태로 구현한 이색 젤리를 출시했다. 송이젤리는 기존 초코송이 특유의 펀(fun) 콘셉트를 이어가는 제품으로 초코송이에 젤리를 더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일본과 대만 등에서 초콜릿 속에 젤리가 들어간 제품에서 착안해 초콜릿과 젤리를 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초코송이와 모양은 같지만 맛은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새로운 도전으로 2030”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올 초 연양갱바를 출시했다. 모양과 색 모두 기존 연양갱과 같지만, 냉동고에 얼려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출시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양갱바는 기존에 연양갱을 쫀득하게 굳히는 한천 대신 젤리의 원료인 젤라틴을 넣어 쫀득함을 구현해냈다”며 “연양갱바는 연양갱을 아이스바로 색다르게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좋을 것”이라 설명했다.

기존 전통적인 맛을 완전히 바꿔버린 새로운 시도도 선보인다.

빙그레는 바나나우유는 ‘세상에 없던 맛’ 시리즈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바나나 없는 바나나우유는 소비자들에게 의아함을 주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리치피치맛은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의 세 번째 제품이다. 지난해 빙그레는 첫 번째 오디맛우유에 이어 겨울 한정판 귤맛우유를 출시한 바 있다.

오디맛우유나 귤맛우유 경우 워낙 낯선 탓에 맛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으나 대신 이 새로운 맛을 SN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콘셉트와 재미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오디맛우유는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누적 판매 900만 개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귤맛우유는 출시 첫 달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개가량 판매됐다. 신제품인 바닐라맛 우유는 공식발표가 나지 않았는데도 SNS와 주요 커뮤니티에서 잇단 후기가 등장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자체 소비자 모니터링 결과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맛보다도 재미있는 경험에 중점을 두고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음 제품 역시 기발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소비자 동향 분석을 통해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층이 증가하고 있다”며 “펀슈머 제품이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로 색다르게 놀아보자

생활뷰티 업계도 펀슈머 공략에 나섰다. 뷰티도 놀이처럼 재밌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애경산업은 토털 오럴케어 브랜드 2080에서 물감처럼 골라쓰는 팔레트 치약을 출시했다.

팔레트 치약은 6가지 색과 향으로 구성해 상황별 맞춤 치약 솔루션을 제시했다. 각 색상의 치약은 TPO에 맞는 설명서가 더해져 재미를 더한다. 데이트하기 전, 시험기간, 기분 전환, 힐링하고 싶을 때 등으로 구성했다. 튜브 타입의 30g 소용량이므로 일반 치약 사용량보다 적게 써야한다는 점이 있다.

2080 브랜드 담당자는 “생활용품에서도 재미 요소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다양한 상황에서 재미있게 구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 뷰티 브랜드 크레욜라 뷰티는 실제로 크레파스 색상에서 영감 받은 컬러를 출시했다. 페이스 크레용이라는 테마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콘셉트가 특징이다. 패키지 디자인도 크레용의 타이포와 패키지를 그대로 활용했다.

엔젤루카 화장품의 포인트는 신박함에 있다. 소프트케이크 데코레이션에 쓰이는 짤주머니를 모티프로 해 기존 제품과는 색다른 제품을 출시했다. 핸드플라워 퍼퓸크림은 꽃모양 특수캡으로, 소프트휩드트림 바디레시피는 소프트콘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패키지와 생크림처럼 나오도록 설계한 특허 받은 별모양의 특수캡이 특징이다.

현재 엔젤루카 제품은 올리브영 300여개 매장과 신세계면세점, 슈가컵 등 온, 오프라인몰에 입점했으며,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해외 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윤경 엔젤루카 대표는 “엔젤루카 화장품은 가격이 아닌 신박함, 창의성, 재미를 가미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들면 된다’는 철학과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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