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부터 석화까지 미 현지 생산라인 구축 확대…“트럼프 셈법 통했다”평가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백색 가전을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략에 전념한다. 트럼프 정부 이후 관세 장벽을 기피하기 위해 직접 미국 시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대표적으로 LG와 삼성전자는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 유화 공장을 착수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강화되는 통상압박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삼성, LG는 세이프 가드 조치에도 1,2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 이탈로 인해 국내에도 일자리 감소, 인재 유출과 같은 진통을 겪게 된다.

과연 한국 세탁기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업계 측은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관세 장벽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른 대응임을 밝혔다.

관련 업계는 “3차 관세 부과 리스트에 섬유와 의복, 가죽, 가구, 식료품 등이 포함된 데 이어 조만간 발표될 4차 관세에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이 본격적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LG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또 한 업계 전문가는 “세이프 가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엇지만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관세 장벽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현지 공장을 예정보다 빨리 가동해 세탁기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경우 미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강화되면서 당초 일정보다 6개월이나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 공장의 조기가동을 시작한 바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탄탄하다”며 “올해 예정됐던 신제품이 출시되면 세이프가드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미국 입성에 주력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시장 가치를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는 미국은 시장 선점 기회가 많은 블루오션이라고 핀단한 바 있다. 또 IBIS World는 지난해 기준 미국 소형 가전제품 시장규모는 총 19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송대현 사장은 미국내 첫 세탁기 공장 건설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세이프가드 관세가 향후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내 생산이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삼성전자 측도 “삼성이 생활가전 공장을 미국에 큰 규모로 지은 첫 번째 사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규모가 큰 데다 신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어 투자할 가치가 크다”며 “대미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삼성과 LG전자 측은 미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생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입을 모았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인데 물류비, 과세, 배송시간 등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특히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년 전부터 미국 내 현지생산을 검토해 왔다”면서 “현지 생산으로 인해 현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고 원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에 적합한 위치로는 세율과 인건비가 낮고 노동조합도 거의 없는 미 남부가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남부 6개주에는 20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해외 생산 라인이 중심이 되면서 국내에 작용하는 여파는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관련 업계 측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국내 생산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내놓은 ‘가정용 전기기기 생산·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전제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7.3%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1·4분기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6.7% 줄어든 8억7,0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일본의 시장조사업체인 ‘후지키메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전업체의 주요 품목별 해외 생산 비중은 냉장고가 89.7%로 제일 높고 세탁기는 85.7%로 2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생산과 수출이 동반 감소한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장을 잇따라 해외로 이전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세이프 가드 선언이) 미국 소비자에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LG와 삼성이 미국 내에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완수할 유인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삼성, LG를 봐라. 그들이 이룬 업적은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대규모 투자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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