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료 부담 못 이긴 대형社...지니 ‘저렴이’로 인지도 쑥쑥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국내 스트리밍 업계가 수익성이 낮은 저가형 상품에 발을 빼는 한편, 지니는 저가 상품으로 인지도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동안 저가형 상품은 업계에 다양한 고객층을 유인하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음원 저작권료가 상승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업계가 정액제 형태로 요금제를 일원화하고 있는 것. 특히 수익률이 저조한 종량제 상품이 단상에 올랐다. 음원 종량제는 감상한 만큼만 요금을 집계하는 상품을 말한다.

음원업계에 따르면 음원 종량제는 정액제보다 저작권료도 높고, 이용자 대부분이 감상하는 음악 수가 적어서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지니뮤직은 기존 종량제 상품을 유지하고 초저가형 10곡, 5곡 묶음 상품도 새로 출시했다.

지니뮤직 측은 끝까지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수익률보단 ‘저렴이’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스트리밍 업계는 저가형 상품에 왜 등돌렸을까. 음원 서비스 업계에 물었다.

음원 서비스사 관계자는 “2019년 1월 1일부터 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으로 저작권료가 5%씩 상향됐다. 이에 국내 음악 서비스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 창작자에게 65%, 다운로드 시 70%의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음원 스트리밍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저작권료까지 인상됐다”며 “국내 업계가 수익성 향상에 열을 올려야할 시기에 저가형 상품제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저가형 상품 중에서도 종량형 요금제는 수익성이 낮아 곧 사라지게 될 요금제”라며 “사업자 몫이 줄어든데다 할인 등 마케팅에 제한이 커져 듣는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방식은 상품성을 더 잃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악을 적게 듣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종량제 상품을 선호하지만, 서비스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종량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회사도 관련 월 매출이 수백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상품성이 낮았다”고 밝혔다.

네이버뮤직은 지난해 9월 최초로 종량제 방식의 요금제를 선보였으나 내년 말 바이브 앱으로 일원화하면서 기존 ‘300·400곡 듣기’ 상품을 이관하지 않았다. 멜론도 곡당 500원으로 기간 제한없이 음악을 무제한 감상하는 종량형 상품을 제공했지만 이를 폐지했다. 현재는 월정액인 프리클럽, 스트리밍클럽만 제공한다.

한 음원노조 관계자는 음원 종량제는 단가도 높을 뿐더러 수익률도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종량제 스트리밍 서비스는 정액제보다 곡 당 저작권료가 1원 더 드는데다가 음원을 적게 듣는 사용자가 대부분이라 수입도 적다”며 “업체가 요금제를 정액제로 모두 통합하면 이용료를 2~3배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균 300~400 곡 정도로 가볍게 이용할 경우라면, 일반 정액제를 쓰는 것보다 종량제를 쓰는 게 훨씬 유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업계 흐름과 달리, 지니가 저가형 상품을 고집하는 이유를 각 업계에 물었다.

지니뮤직 플랫폼사업팀 김택수 팀장은 “2015년 음악소비량이 적고 가끔씩 음악을 찾아 듣는 고객들을 위해 알뜰음악감상 상품을 런칭했고 이 상품 가입자가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음악 서비스 이용자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한 종량제형 알뜰음악감상 이용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지니뮤직의 종량제 음악 스트리밍 상품인 알뜰 음악감상 상품을 통해 감상한 지니뮤직 음원이 월 1000만 곡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니뮤직은 앞으로도 고객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비 패턴을 상품 기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지니뮤직이 국내 음원 대형사를 의식한 인지도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힌 음원 스트리밍 업계 전문가는 “지니뮤직은 자체 상품인 알뜰고객 서비스를 앞세워 빠르게 인지도를 늘리고 있다”며 “이미 멜론은 시장 50% 이상을 장악한 멜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타사에 비해 지니뮤직은 고객을 우선하는 서비스로 유인책을 마련했다”며 “예를 들어 이용자가 100회 이상 감상했을 시 알람을 제공해 합리적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니뮤직이 해외 경쟁사 유입을 의식한 전략이라고도 판단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지니뮤직은 저가 요금제로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생존 전략을 택했다”며 “이는 해외 경쟁 서비스에 비해 떨어지는 가격경쟁력을 의식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선 최근 음원 가격이 높아진 국내 서비스보다 가격이 저렴한 해외서비스 이용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껴 초저가형 상품을 내걸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에도 해외 업체들은 음원징수규정에 제외돼 가격 책정에도 유리한 편이다”라며 “지금 애플뮤직의 월간 사용료는 8900원, 가족 요금제는 월 1만3500원로 지니뮤직 월정액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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