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접근성·가성비 떨어지는 카피캣…"’펀 앤 크레이지’ 말고 가격 잡아야 성공"조언

정용진의 야심작 삐에로쇼핑이 왜 ‘한국판 돈키호테’가 되지 못할까. 지난달 26일 삐에로쇼핑이 1주년을 맞았다. 삐에로쑈핑은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오락과 놀이를 겸비한 새로운 판매채널이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삐에로쑈핑이 ‘한국형 돈키호테’로 성장하면서, 그동안 온라인 쇼핑에 밀려 침체된 오프라인 매장을 되살릴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삐에로쑈핑이 이마트의 주력 유통 채널이 되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을 제기한다.

돈키호테가 성장한 일본 유통 환경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왜 전문가들은 이같은 회의론을 제기했을까? 이들은 모두 돈키호테의 성장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유통 전문가는 "돈키호테가 ‘세상에서 가장 싸고, 재밌고, 상품이 다양한 매장’을 표방한다"며 "그중에서도 고객 편의성과 가성비가 돈키호테의 핵심"이라고 꼽는다.

또 다른 유통 전문가는 “돈키호테는 먼저 고객 편의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며 “점포의 평균 영업시간은 17시간으로, 2003년 이후로 심야영업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키호테는 일반 로드숍 상권에 위치해있다”며 “소비자가 길을 가다 언제든 바로 매장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돈키호테는 대형 독립쇼핑몰로 출점했기 때문에 더 값싸게 다양한 상품군을 들여올 수 있다”며 “400개에 달하는 점포수가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고, 40% 정도의 재고상품은 각 지점별 상황에 맞게 들여오는 ‘현지식 매장운영’을 하고있다”고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덕분에 돈키호테는 1989년 회사 창립 이래 약 37년 동안 연속으로 실적을 상승했다. 일본 경제가 불황을 지나는 20년 동안에도 돈키호테는 나홀로 성장을 이어간 핵심 이유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여전히 한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돈키호테의 성장 배경을 바탕으로 삐에로쑈핑의 한계를 설명한다.

한 유통 애널리스트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고 신세계 측은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삐에로쑈핑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코엑스, 두타 등에 점포를 열었다”며 “그렇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동점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30~40%에 그쳤고 두타몰점과 코엑스점도 외국인 고객 비중이 각각 40%, 20% 가량이었다”며 “돈키호테는 유명 관광지에 외국인 고객 비중이 50~60%가 넘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삐에로쑈핑이 놓치고 있는 점은 무엇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삐에로쑈핑이 오락성만 벤치마킹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한다.

결정적으로 편의성과 가성비가 미흡해 지금의 입점 매장 형태의 운영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삐에로쑈핑은 입점 매장로서 한계가 가장 크다”며 “독립 쇼핑몰에 비해 영업시간과 취급 품목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 입점 매장은 심야시간대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반면, 돈키호테는 8시 이후부터 매출이 황금기라는 점을 고려해 심야시간까지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타필드 코엑스점 등 삐에로쑈핑은 심야 영업이 불가능하다.

물품 품목이나 점포도 독립 쇼핑몰에 비해 제한적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은 대형 독립쇼핑몰이 아닌 중형 임차 매장 형태로 출점하다보니 상품 진열 공간에 한계가 있다”며 “입점 매장끼리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장 확대가 필수적인데, 현재 삐에로쑈핑은 추가 출점은 커녕 매장 공간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변 상권 침해로 출점 때마다 반발이 심한 편이라출점 계획이 더딘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문가의 지적처럼 최저가를 강조하는 저가숍 모델 특성상 구매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은 필수인데도 삐에로쑈핑의 영업점은 6개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삐에로쑈핑이 영업이익을 반등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향후 삐에로쑈핑의 성패는 결국 ‘상품’과 ‘가격’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돈키호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상품 구성 능력이 좋고 회전율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려면 상품을 계속해서 교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이들은 “삐에로쑈핑의 성패는 메리트 있는 상품 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돈키호테의 껍데기가 아니라 속까지 닮고 싶다면 점포별 독자적인 운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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