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인수 마무리한 김동선, 유통·식음 사업 확장
방산·조선 '알짜 사업' 맡은 김동관, 1분기 '호실적'
금융 맡은 김동원, 캐롯손보 흡수합병 등 상대적 고전
옥상옥 구조·2천억원 달하는 증여세 재원 마련은 '숙제'

김승연 회장(가운데)와 세 아들. 사진=연합뉴스
김승연 회장(가운데)와 세 아들. 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 3형제의 '경영능력 검증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룹 내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연이어 사업을 확장하며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58.62% 확보를 위해 8695억원을 지급하고,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올해 2월에는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애프앤비를 설립하고 지난달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까지 마치며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번 인수로 김동선 부사장은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종합식품기업을 확보하게 됐다.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등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더해지면서 외식, 호텔, 푸드테크 중심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인수가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사업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현재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에너지·조선(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금융(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레저·로봇·반도체 장비(한화갤러리아, 한화세미텍,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식회사 한화 지분구조. 자료=한화
주식회사 한화 지분구조. 자료=한화

이러한 체계는 지난 3월 김승연 회장이 단행한 지분 증여를 계기로 더욱 명확해졌다.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격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4.86%, 김동원·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3.23%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직접 보유 지분 9.77%와 함께 한화에너지(지분 50%)를 통한 간접 지분까지 확보하며 사실상 ㈜한화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의 현재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 회장 11.33%, 김 부회장 9.77%, 김동원·김동선 형제 각각 5.37% 등 순이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 아들 세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김 회장과 김 회장 아들 세 형제가  ㈜한화의 지분 54%를 가지고 한화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한화그룹 지분구조도. 자료=한화 홈페이지
한화그룹 지분구조도. 자료=한화 홈페이지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 에너지, 조선 등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사실상 그룹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추가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고, 한화솔루션 역시 같은 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도 매출 37.6%, 영업이익 388.8% 증가를 기록하며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은 상대적으로 고전 중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1680억원에 그쳤고, 지급여력비율(K-ICS)도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김 사장이 직접 기획한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은 6년간 적자를 기록한 끝에 모회사인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되면서 뚜렷한 성과 없이 시장에서 퇴장했다. 김 사장의 한화생명 지분율도 0.23%에 불과해 지배력 확보를 위한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식음료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의 3대 수제버거 브랜드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론칭해 현재까지 7개 매장을 열었고, 프리미엄 뷔페 '63뷔페'도 운영 중이다. 이달 중순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 1호점을 서울 압구정에 선보일 예정이다. 반도체 장비 부문에선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공급 계약을 맺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이처럼 세 아들이 각자의 사업을 주도하며 독립 경영 체제를 갖추자, 창업 2세 김 회장이 이끌어온 그룹 경영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삼형제 중심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남아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상장사 ㈜한화를 지배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는 외부 감시가 어렵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유구조가 분산된 지주사와 이해상충 우려도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도 크다. 3월 평균 주가(4만1130원)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김동관 부회장은 약 950억원, 김동원·김동선 형제가 각각 632억9000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총 규모는 약 2218억원에 달한며, 삼형제는 증여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식담보대출, 한화에너지 IPO 구주매출, 감액배당 등이 재원 마련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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