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아파트 매매거래량 648건...직전 달과 비교해 2배 ↑
'14주째 내림세' 기록하던 매매가격도 지난주 '보합' 전환
주요 대권 주자들이 '행정수도 이전' 언급하며 기대감 커져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등 주요 단지에선 신고가 경신도
상권 비활성화·정책 변화 등 불안정 요소도 아직 남아있어

한 시민이 세종시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세종시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이전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외지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늘고, 저점을 찍고 오를 거라는 인식 때문에 실거주자들의 갈아타기 수요도 높아졌습니다." (세종시 나성동 A공인중개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거듭하던 세종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48건을 기록했다. 직전 달(372건)과 비교하면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1년 전(386건)과 비교하면 77.2% 늘었다.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 추이. 자료=아실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 추이. 자료=아실

올해 들어 14주째 내림세를 이어가던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도 지난주를 기점으로 보합 전환했다. KB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변동률은 ▲3월 10일(-0.07%) ▲3월 17일(-0.06%) ▲3월 24일(-0.04%) ▲3월 31일(0.00%) 등으로 점차 낙폭을 좁혀갔다. 

과거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2020년 한 해 동안 42% 가까이 오르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주택시장 침체와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아파트 거래량 역시 2020년 9404건에서 지난해 4476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이처럼 한동안 침체됐던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정권 교체 가능성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내에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분원 이전을 위한 부지가 이미 확보된 상황에서, 조기 대선 일정이 구체화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천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 대표 외에도 김동연 경기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들도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세종시 주요 단지들도 연일 신고가 경신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전용면적 84㎡(41층)는 지난달 3일 11억8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직전 달인 2월 8~9억 선에서 거래됐지만, 한 달 내 3억원이 넘게 올랐다. 

정부청사 인근에 위치한 새롬동 새뜸마을 14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면적 98㎡ (17층) 매물도 지난달 20일 9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2월에 이뤄진 직전 거래(6억3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올랐다.

세종시 새롬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B씨는 "저가 매물들은 많이 빠졌다"면서 "나성동이나 새롬동 등 정부청사에서 가까운 세종시 내 주요 단지 매물들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도로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권 비활성화 등 인프라 부족 문제와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인 13.0%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도 8.4%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측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에서 (세종 행정수도 이전 방안을) 정책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하지 않았다"며 "헌법 개정안에 넣으려면 토론도 많이 해야 해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임기 내에 집무실 이전을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길 때조차도 발표 이후 공사 완료까지 3개월 이상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세종 이전은 개헌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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