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서 입 모아 '에너지 사업' 확대 강조
정관 변경·사업부 신설 등 조직 개편도 적극적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건설경기 침체와 주택사업 부진 속에서 수익 다변화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가지고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대건설은 중장기 성장 전략인 'H-로드'를 발표하고 대형 원전 및 SMR, 수소 생산플랜트 등 에너지 전 분야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해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수전해 수소 생산, 핵융합 발전 등 원전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관에도 '수소에너지사업'을 새롭게 추가하고, 2033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수소 밸류체인을 본격 사업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에 상업용 수전해 수소 생산설비를 착공해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완공 시 하루 1톤 이상 수소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H-로드를 성공적으로 실행해 2030년까지 수주 규모를 25조원으로 키우고, 에너지 사업 매출 비중도 2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정관을 변경해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포함시켰다.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 본격화를 위한 포석이다. 기존 신성장사업본부를 부로 격상해 에너지솔루션사업부 등 5개 사업부로 조직을 재편했고, 에너지솔루션 부문에는 전력, 신재생, 원전에 더해 수소발전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강원도 삼척에 약 1400억원 규모의 수소화합물 혼소 발전 인프라도 건설 중이다.
동시에 SMR 분야에서는 기존 미국 기업과의 협업을 지속하면서,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현재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를 수행 중이며, 지난해 12월에는 스웨덴 SMR 개발회사 칸풀 넥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가장 최근에는 에스토니아 민간 원전 기업인 '페르미 에네르기아'와 300MW(메가와트) 규모의 SMR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신사업 성과 창출로 수익성을 견고히 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 유망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다른 대형사들로도 확산 중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한전원자력연료와 협약을 맺고 국내외 원자력 사업 공동개발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건설기술, 신재생에너지, 탈건설 분야까지 포함한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세우고 면밀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DL이앤씨도 에너지 및 환경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집중 육성 중이다. SMR,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SAF(지속가능항공유), 청정 수소·암모니아 등 탈탄소 시대에 부합하는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사업모델 개발에 나섰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주택사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원자잿값 급등, 고금리, 분양시장 위축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올해 2월 기준 2만3000건을 넘어서며 11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자잿값 상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과 비교해 27.6% 상승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신흥국 및 AI(인공지능) 산업 확산의 영향으로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이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2025 에너지 트렌드와 건설산업 시사점' 보고서는 "에너지 산업은 향후 20년 이상 장기 고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이라며 "건설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할 산업 분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등 일부 대기업이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고려하면 좀 더 많은 건설기업의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