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오류·재택근무' 티메프와 닮은 꼴
돈줄 막히면 미정산 사태 발생 가능성↑

명품 플랫폼 '발란'에서도 판매자에게 정산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겪은 유통업계는 '미정산 악몽'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28일 명품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 입점 업체 상당수가 지난 24일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으로,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 개다. 업계 일각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규모를 수백억원대로 전망했다.
발란 창업자인 최형록 대표는 이날 오전 입점사들에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주주들은 외부 자금 유입부터 구조 변화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복원 시나리오를 실현하고자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판매자)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해 드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발란은 지난 26일부터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발란이 홈플러스처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상거래채권에 지급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정산금 지급이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발란의 상황은 지난해 티메프 사태 초기와 닮아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현재 '시스템 오류로 인한 미지급'과 재택근무 전환 등이 앞서 위메프와 티몬에서 각각 똑같이 벌어졌던 일이다. 티몬, 위메프도 지난해 7월 초 미정산 사태 발생 초반 판매자들에게 "시스템상 오류로 인한 일시적인 정산 지연"이라고 해명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발란의 위기를 코로나19사태 이후 명품 수요가 꺾인 점과 쿠폰 행사를 통해 떠안은 부담 비용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2023년에는 1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의 업황이 부진하거나 사모펀드·벤처캐피털 등에서 돈줄이 막히면 언제든지 발란 같은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통업 전반이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도 언제든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