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지급 여부 "잘 모르겠다"로 일관
영세 사업자 기업 운영에 차질 호소해

소상공인들의 원활한 결제대금 지급을 위해 사재 출연까지 약속한 홈플러스(MBK파트너스)가 여전히 판매 대금 정산에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을 우선으로 협력사 납품대금과 입점업체(테넌트) 정산금 등 상거래채권을 먼저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는 대기업 협력업체 관련 채권을 상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사보다 긴 대금 주기 탓에 일부 제조사들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을 비롯해 휴지, 세제 등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은 홈플러스와 납품협상에서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생활용품 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납품 중단을 결정한 건 아니지만, 홈플러스 정산 기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업계 전반에 퍼졌다"고 전했다.
실제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A사는 최근 홈플러스로부터 1월 판대대금 8000만 원을 6월에 변제하겠다고 통보 받았다.
홈플러스의 정산이 지연되자 아예 납품을 중단한 협력업체도 있다.
앞서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납품협상에서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홈플러스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에 대해 현금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에게 먼저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현금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빨리 변제해서 털어버리면 골머리가 덜할텐데 순차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을 언급한 것도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판매대금 지연으로 인한 납품 중단은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 19일에도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LG전자,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상거래채권은 변제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계속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나 협력업체들은 정산이 밀리는 형국이다.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22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농축산연합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업계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수억원의 정산금이 2달 넘게 들어오지 않으면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 기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금이 10억원 넘게 밀린 상황인데 5월 말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담당 바이어에게 회생신청 이후 대금 지급 여부를 물어도 '잘 모르겠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으로만 답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대기업과 일부 브랜드 점주분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입점주에 대한 지연 대금을 지급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다시 지급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입점주분들의 불안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