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임지혜 기자] 이마트가 도가 넘는 애국심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3.1절을 맞아 기업들은 다채로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통 공룡 이마트 역시 3.1절 100주년을 맞아 ‘국민가격 31’ 행사를 열고, 3월 한 달간 31개의 ‘국민가격’ 상품을 오는 28일부터 3월 27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국민가격 상품의 핵심은 갈치와 삼겹살이다.

제주은갈치(중/해동/마리, 국산)를 기존 정상가 2500원에서 약 61% 저렴한 980원에, 제주은갈치(대/해동/마리, 국산)를 기존 4800원에서 38% 할인된 2,980원에 판매한다. 삼겹살/목심(100g, 국내산, 각)도 980원에 판매한다.

3.1절과 980원 삼겹살, 갈치가 무슨 상관일까.

3.1절을 기념하고 국민이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상술에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 담당은 “전복, 한우, 대패 삼겹살 등 국민 선호도가 높은 상품들 위주로 국민가격을 진행해 왔고, 이번에는 갈치, 삼겹살을 국민가격으로 선정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할인을 통해 ‘국민가격’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가격' 마케팅으로 그 효과를 본 이마트가 3.1절 기념 마케팅을 덧입혀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 이번 3.1절 마케팅의 핵심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국심 마케팅’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얘기해왔고, 일부 학자들도 덩달아 ‘전략적 산업육성론’으로 포장해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산업육성론은 국내 주력산업에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어 외국기업에 대항하거나 외국 시장에 진출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소비자의 희생으로 기업을 살리자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최민철 교수는 "일본의 경우 유통기업들은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경쟁을 통해 길러진 경쟁력과 효율성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장기 불황을 핑계로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실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열심히 국산제품을 사주더라도,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낙수효과)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라며 "트리클 다운은 대기업이 잘 되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한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가 안에서의 경쟁보다 글로벌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이 유행어는 공허하게 들린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정민수(31)씨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업체의 상술이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3.1절 기념일 하면서 980원 삼겹살을 홍보하는 문구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주부 설인영(27)씨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피땀 흘렸을 애국선열들을 기념하는 날에 삼겹살 마케팅이라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감성만을 자극하는 애국심 마케팅이 통하던 시대는 갔다. 무엇보다 일련의 정치적 여파로 인해 태극기가 주는 부담감이 여전히 크다. 때문에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이마트는 간과한 것 아닐까.

임지혜 기자 lhjihj90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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