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할랄 탑재한 매운맛 라면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삼양의 검증된 꽃길 따라가기 지적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신세계푸드가 강도 높은 매운맛을 낸 제품으로 동남아 시장 공세의 강도를 한층 높인다는 복안이다.

신세계푸드는 매운맛을 무기로 말레이시아 식품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고 할랄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도 마쳤다. 매운맛을 무기로 본격적인 동남아 시장 공략에 앞서 홍보전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신세계푸드의 동남아 시장 전략은 5년 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전략을 그대로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늬만 다를 뿐 삼양식품의 동남아 전략을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이다.

11일 신세계푸드는 '대박라면 고스트 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을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신제품으로 선보였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앞서 2017년 11월 말레이시아 식품기업 마미더블데커(MAMEE DOUBLE DECKER)와 함께 합작법인인 신세계마미(SHINSEGAE MAMEE)를 설립하고 지난해 3월 '대박라면' 김치맛과 양념치킨맛 등 2종을 현지에 출시해 할랄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대박라면은 한류 열풍을 타고 월 평균 30만개, 1년간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하면서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젊은 층이 강하고 자극적인 매운맛을 원한다는 것에 주목하고 대박라면 출시 1주년을 맞아 이번 제품을 선보였다.

신제품은 '혼이 나갈 정도로 맵다'는 의미를 가진 고스트 페퍼를 이용해 만들어 스코빌 척도(매운맛 지수)가 1만2000SHU에 이른다.

이는 말레이시아에 판매 중인 라면 가운데 가장 매운 수준이다.

또한 면발은 천연성분을 활용해 검은색으로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매운맛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간편한 취식을 선호하는 현지 특성을 반영해 컵라면으로 출시했으며 자킴(JAKIM) 할랄인증도 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연 평균 5% 이상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한식을 활용한 식품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할랄 인증기관이 잘 갖춰져 있는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할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3200만명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비해 적지만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달러가 넘어 높은 구매력과 문화수준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일부터 말레이시아 내 2200여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대박라면 고스트 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 판매를 시작하고 온라인 마케팅 등에 나섰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 라면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에게 프리미엄 K푸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향후 신세계마미를 통해 라면뿐 아니라 스낵, 양념 등 다양한 할랄 식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할랄 시장을 개척해 가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신세계푸드의 이번 동남아 시장 공략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시장 전략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다.

실제 삼양은 지난 2014년 인기 유투브 크리에이터 ‘영국남자’가 올린 ‘불닭볶음면 도전’ 동영상을 기폭제로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삼양은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실제 볶음면, 매운맛이 익숙한 동남아 지역은 현재 불닭볶음면 수출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역할을 담당한다.

2014년 KMF 할랄 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까지 획득한 삼양은 최근에는 커리불닭볶음면(동남아), 마라불닭볶음면(중국)과 같은 상품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

2017년 1월 기존 불닭볶음면 맵기의 두 배 가량인 ‘핵불닭볶음면’을 한정판으로 출시한 것도 삼양의 무기였다.

그리고 앞서 불닭브랜드 10억개 판매를 기념해 지난해 12월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 카카오프렌즈와 콜라보레이션한 ‘까르보불닭 어피치 에디션’, ‘불닭볶음면 + 짜장라면’ 레시피를 제품화 한 ‘짜장불닭볶음면’ 등도 브랜드 다양화의 좋은 예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삼양식품의 마케팅 전략은 출시 후 일평균 45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핵불닭볶음면은 출시 당월 불닭시리즈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의 경우에도 한정판매기간인 3월까지 월 평균 1200만개(총 3600만개 생산)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푸드의 시장 확대와 마케팅 전략은 삼양의 검증된 전략을 발판으로 나온 셈이다.

현지 법인화와 현지 업체와의 협력도 닮아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3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불닭브랜드 홍보를 위해 ’HELLO, SAMYANG!‘ 푸드트럭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6월에는 베트남 1위 유통사업자인 ’사이공 쿱(SAIGON CO.OP)’그룹과 현지 유통 및 판매확대를 위한 마케팅 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 베트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운맛을 승부수로 내건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전략은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닦아놓은 꽃길을 다른 유통업체가 따라가는 꼴”이라며 “다만 후발업체들이 차별화 없이 성공사례만 쫒아가다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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