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 창간기획, 위기를 넘는 기업들
전기차‧K-방산 등에 업고 동유럽 진출 가속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차별화 서비스 찾아야

[사진=핀포인트뉴스DB]
[사진=핀포인트뉴스DB]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는 길고 어두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성장이 정체되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다. 포스트 코로나 직후에는 미국의 긴축에 따른 고금리·고유가·고물가의 3고 현상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직면해 시름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안 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할 국내 기업들의 저력을 진단해 하반기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했던 동남아시아를 넘어 최근에는 전기차 설비투자가 늘고 K-방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금융 영토를 확장 중이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동유럽 금융 시장 급성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동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를 갖춘 K-방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주요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현지 진출에 나서자, 국내 시중은행들의 금융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무소 개념인 ‘코리아 데스크’를 신설한다. 이를 위해 올해 3월에는 현지 은행 중 자산규모 2위인 폴란드 페카오은행(Bank Pekao)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페카오은행은 IB·기업금융·무역금융에 강점을 보유한 곳으로, 2022년 10월 KB국민은행 런던지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국민은행은 폴란드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페카오은행과의 협력으로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과 협력사에 현지 통화 대출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하나은행 역시 올해 안에 바르샤바 지점을 마련하고, 동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에는 폴란드개발은행(BGK)과의 협력 관계를 맺어, 현진 진출을 위한 초석을 확보해 둔 상태다. 

BGK는 폴란드 경제 및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1924년 설립된 폴란드 국책은행이다. 하나은행은 BGK와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동유럽 개발 및 재건 사업, 현지 생산 시설 확대,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폴란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폴란드 지역은 국내 대기업이 다수 진출한 국가로,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방산 업체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아프리카 등 미개척 시장 ‘노크’

아프리카와 인도 등 미개척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진출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로 해외 법인 설립이나 지점 오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진출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신한은행은 인도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은행 중 가장 빠른 1996년 인도 뭄바이 지점을 시작으로 현재 인도본부 산하 뭄바이, 뉴델리, 푸나말리, 푸네, 아메다바드, 랑가레디 등 총 6개 도시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본부의 손익은 2022년 46억원에서 2023년 100억원으로 117% 증가했습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인도 내 신규 지점 개설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2019년 2월 인도에 첫 지점을 낸 이후 약 5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 첸나이와 푸네지점 설립을 위한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첸나이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공장이 들어섰고, 푸네에는 LG전자가 진출해 있다. 올해 9월 지점 개설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올해 인도 푸네와 아마다바드에 2개 지점을 신설하고 조만간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117개로 집계됐다. 2000년 19개였던 해외점포는 2015년 100개를 넘어섰고, 이후 매년 증가세를 기록해 왔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14개, 신한은행 27개, 우리은행 29개, 하나은행 35개, 농협은행 12개 등이다.

◆양적 성장 이어, 현지화로 질적 성장 이뤄야

국내 시중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줄을 잇고 있지만, 높은 현지화의 벽을 넘어 내실을 꾀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임직원 수는 2465명이었다. 해외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2003명, 2020년 말 2072명, 2021년 말 20124명, 2022년 말 2299명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78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 731명, 우리은행이 556명, KB국민은행이 270명 순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119명으로 5대 은행 중에서는 가장 적었지만, 2019년 말 57명에서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이 거느린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의 지난해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총 89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적자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에서 각 지분 100%를 보유한 4개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4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KB뱅크로 사명 변경)에서만 1733억원의 순손실 냈다.

NH농협은행은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등 자회사 2곳이 지난해 각각 32억원의 순손실과 13억원의 순이익을 내 총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4270억원에서 지난해 4820억원으로 순이익을 키웠다. 5대 은행 해외 자회사 순이익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하나은행은 320억원 순손실에서 105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4520억원에서 3320억원으로 순이익이 뒷걸음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당시의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고객의 경우 연체 등 신용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화에 맞는 대출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핀포인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