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 부회장 투자 현안 직접 챙겨" 총수 '역할론' 부각...재판 앞두고 타이밍 '절묘'

이재용號 숨통 조여오는 재판·수사 2중고...'역할론'으로 맞대응
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업 행보를 잇따라 알리고 있는 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자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재판으로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기라도 하면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이같은 가정은 삼성의 자료에 잘 묻어나 있다.
삼성전자가 각 언론사에 유포한 자료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투자'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데 골자를 뒀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뿐만 아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17일 삼성전기도 방문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5세대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직접 챙길 계획까지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이재용'은 7번, '투자'라는 단어는 4차례나 언급됐다. 기존 삼성의 보도태도와는 사뭇 다른 자료다.
이재용 부회장의 광폭 행보를 알리는 셈인데 이같은 삼성의 전략에는 이 부회장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공론화 되자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반면 또다른 쪽에선 이 부회장의 '투자계 총수' 역할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 근황에 대해 "일상적으로 소화하는 경영 일정을 일일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삼성은 실제 다른 그룹 총수의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부 회의 일정은 외부로 알리지 않는다며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함구하는 경우가 대다수 였다.
그러나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총수 행보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투자와 신기술 혁신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역할론'으로 '검찰 수사', '대법원 판결' 등에 맞대응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자신까지 퍼질 수 있다는 개인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만일 자신이 재차 수감되기라도 한다면 투자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신호를 대외적으로 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회계사기) 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의 칼끝은 최윗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3명을 포함한 임직원 8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중 5명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소속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해당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만큼 이재용과 접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입장에 '태세전환'을 취하며 이 부회장의 '사내 일정'을 공개한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의식해 위기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하락국면) 장기화 우려 등에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장기' 투자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순수한 경영목적이라는 것.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올들어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등과 잇단 만남을 이어왔고 해외 출장과 외국 정상급 인사 면담 등을 통해 존재감도 과시했다"며 "이는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알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투자 재원을 마련해 반등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삼성의 이재용 역할론 카드는 절묘한 타이밍에 좋은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기존의 모습과 다른 대기업 오너의 행보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표할지는 미지수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