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KDB생명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필요”
“산은 본점 부산 이전 “포기할 문제 아니다”
“법정자본금 한도 60조원 수준으로 증액 시급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inpointnews.co.kr/news/photo/202406/270948_277707_380.jpg)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재매각과 관련해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픈 손가락’을 운운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적했고, 여의도 본점의 부산 이전 사안에 대해서는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본점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공동으로 시도한 HMM 매각이 결렬된 후, 양자 간 논의하거나 협의한 바는 없다”며 “왜 매각이 결렬됐는지, 매각을 재추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전신인 HMM은 2016년 해운업 위기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하림그룹 등과 HMM 주식 3억9879만주(57.9%)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2월 7개월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강 회장은 “산은 입장에서는 HMM을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며 “보유 중인 HMM 주식과 영구채가 은행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HMM 재매각을 추진한다면 산은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전 부처 간의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총 6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에 대해서는 “KDB생명은 저한테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다.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킥스(K-ICS·신지급여력비율) 전환 과정에서 KDB생명에 투입해야 할 자본이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진 부분이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검토 중이냐는 취재진 질의에는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에 만기가 되는 만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HMM은 정상기업 매각이지만, KDB생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에 저비용항공사(LCC) 세 곳을 합병한다는 것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며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전제 하에 합병이 승인된 것”이라고 분리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본점 부산 이전 문제는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산은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산은법 제 4조에는 ‘산은 본점은 서울특별시’라는 조항이 있어 이를 수정해야 법적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로, 개정안에는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법률을 개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강 회장은 10년째 30조원으로 제한된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2배 증액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산은의 자본금은 26조원 수준으로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강 회장은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을 개정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산은은 정부에 매년 평균 4000억∼5000억원을 배당하는데 3년 정도 배당을 멈추면 1조5000억원의 자본금이 증액돼 15조원 정도 대출여력이 생긴다.
강 회장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 및 국회와 논의하겠다”며 “자본금을 확충하면 첨단 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