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 창간기획, 위기를 넘는 기업들
'K푸드' 업고 브랜드·해외 매장 확대 가속화
내수 시장 포화…현지 맞춤형 매장 등 적극 공략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는 길고 어두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성장이 정체되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다. 포스트 코로나 직후에는 미국의 긴축에 따른 고금리·고유가·고물가의 3고 현상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직면해 시름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안 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할 국내 기업들의 저력을 진단해 하반기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식품업계의 글로벌 행보가 거침없다. 올 초 신년사에서 각 식품사의 키워드가 '해외'였던 만큼 하반기에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가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배경에는 K푸드 열풍에 힘입은 실적 호조도 한 몫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보다 2.6% 증가해 한화로 약 16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도 K푸드가 8년 연속 수출액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10대 전략 수출 산업 중 하나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서 노 젓자"…법인 늘리고 현지 공장 설립 속도
식품업계는 해외에서 거둔 실적이 국내 실적을 앞서는 등 K푸드 흥행 물살에 잘 올라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는 해외 법인을 늘리고 현지 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라면 대장주'로 올라섰다. 미국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라면 업계 1·2위인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을 분기 기준으로 추월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라면업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7.1% 성장한 3857억원,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5.1%나 증가했다.
2012년 처음 출시된 매운맛 볶음면인 불닭볶음면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채널 입점을 늘려가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까르보불닭' 등의 인기 덕분에 해외 매출액이 85% 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은 올해 1분기 75%로 작년 1분기(64%)보다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앞서 1969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1980년대 미국, 중국, 러시아, 중남미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202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중국 상하이에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농심 신라면은 국내(41%)보다 해외(59%)에서 훨씬 더 많이 팔렸다. 특히 미국 법인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올해로 가동 2년을 맞은 미국 제2공장이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제2공장 가동에 맞춰 '신라면골드큰사발'과 '신라면볶음면'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제2공장은 이르면 오는 10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심은 2005년 미국 LA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 제2공장을 완공하며 생산능력을 70% 끌어올리기도 했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농심은 이달부터 프랑스 주요 유통업체인 '까르푸'와 '르끌레르 250개 점포에 신라면과 너구리·순라면(채식라면) 등 라면 제품과 스낵 제품을 입점시켜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망을 확대한다.
대상그룹 역시 국내외 식품 사업 법인 매출은 지난해 3조2186억원이다. 그중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 등을 더하면 1조385억원이다. 글로벌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김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대상 종가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에서 지난해 83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미국·유럽을 넘어 아프리카나 남미 등 지역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2022년 초 '김치 세계화'를 내세우며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LA 공장은 연간 2000t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라인과 원료창고 등 기반시설을 갖췄다.
대지면적 2000평에 달하는 폴란드 크라쿠프 김치 공장 역시 2023년 착공,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해외 식품사업이 분기 기준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를 앞섰다. 7대 글로벌전략제품인 만두, 치킨, P-Rice, K-소스, 김치, 김, 롤을 앞세워 핵심 권역인 북미를 포함, 유럽과 호주 등에서 성장을 이어갔다. 북미에서는 비비고 만두와 슈완스의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Red Baron)'이 1등 지위를 한층 공고히 하는 한편, 냉동치킨과 가공밥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19%, 15% 성장했다.
오리온도 1993년 중국 베이징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순차적으로 법인과 공장을 설립했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2016년부터 '중국 고객 만족 지수' 파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현지 기업과 맞먹는 수준의 기업 인지도를 쌓고 있다.
◆'현지 맞춤형 매장'으로 적극 공략
해외 현지 상황에 맞춘 마케팅과 메뉴, 지역적 요건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매장도 확대되고 있다.
SPC그룹도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해 5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과 베이커리 메뉴가 시장 공략의 강점이다.

최근에는 미국 하와이에 파리바게뜨 '비숍 스트리트(Bishop Street)점'을 개점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비숍 스트리트점을 포함해 향후 알라모아나, 펄 시티 등 하와이의 유력관광지와 상업지역에 점포를 추가 오픈해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다.
미국 파리바게뜨의 160번째 매장인 '비숍 스트리트점'은 건물 1층의 테라스에 40석의 좌석을 배치해 호놀룰루만의 쾌적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롯데GRS는 2017년 몽골 현지 기업 유진텍 몽골리아 LLC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수도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노민플라자 내 롯데리아 5호점을 열었다.
이번 노민플라자점 오픈으로 롯데리아는 수도 울란바토르 내 1호점 아롱고로점, 2호점팅기스점, 3호점 자이슨점, 4호점 보타닉점에 이어 5번째 매장 오픈으로 한국 문화에 익숙한 몽골 현지 고객에게 한국식 버거와 현지화 메뉴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 몽골에 위치한 매장에서의 메뉴 판매량 중 한국식 매콤한 강정 소스를 활용한 치킨강정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육류를 선호하는 몽골인들의 입맛에 맞춘 비프패티류의 버거들과 최근 치즈에 대한 관심도 증가에 따라 디저트 메뉴 치즈스틱을 추가한 치즈치킨버거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몽골 현지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POS 매출액이 약 84% 증가했다. 올해 역시 5호점 오픈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외형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브랜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로 한계가 있다"며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선 해외 시장 확대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격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