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몰카에 짝퉁 사기 판치는데... 판매자 아닌 중개자라서 '면책'

가짜 명품시계와 초소형 몰카로 물의를 빚었던 온라인 오픈마켓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기 등 각종 문제가 횡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가 잇따라 오픈마켓에 뛰어들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2일 이커스업계 등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중개하는 온라인 장터로 마켓은 사전에 검열을 받지 않고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상품을 등록하는 플랫폼이다. 판매 자체를 막거나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몰래카메라를 판매하거나, 짝퉁 사기와 같은 판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오픈마켓으로 업태를 전환한 소셜커머스 업계가 겪은 이미지 실추 또한 상당하다.

그런데도 업계는 오픈마켓 전환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직매입 사업에 더해 오픈마켓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판로를 넓히고 새로운 '하이브리드형'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소비자 피해구제를 회피하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태 전환시 업계는 중개자 역할만 취하게 됨으로써 구매 상품에 대한 유통업계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부터 쿠팡, 티몬은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로 약관을 변경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은 당초 면책 조항에 없던 "당사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자유로운 상품의 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운영 및 관리, 제공할 뿐이므로 회원 사이에 성립된 거래와 제공 정보에 대한 책임은 해당 회원이 부담해야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변경에 대해 업계는 기존 직매입 사업 한계를 넘어서 오픈마켓 사업을 추진하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소셜커머스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거래 당사자로 등록되어있지만, 오픈마켓을 운영해 판매자 위탁 상품을 함께 선보이게 되면 중개자로 업체 성격을 전환할 수 있게된다. 업체가 중개자로 등록돼 있을 경우는, 소비자가 품질 불량이나 배송, 반품 등과 관련된 피해를 볼 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중개자란 이유에서다.

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전자상거래는 직매입 판매서비스와 함께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한 뒤 중개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 비중을 늘려 업태만 변경하면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중개자로 역할이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소셜커머스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해 판매 유인은 높이면서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실제로 일부 소셜커머스에서는 오픈마켓 전환 이후 판매 관리가 소홀해졌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7월 초 유명 오픈마켓에서는 휴대용 망원경을 광고하면서 여성의 나체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그림을 연출한 광고가 그대로 노출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앞서 범죄를 연상케하는 초소형 카메라로 물의를 빚은 지 한 달 만이다.

논란에 대해 관련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업체 입장에서는 모든 품목에 대한 사전 검열을 하거나 판매 자체를 막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오픈마켓에서는 '짝퉁 명품', '성적 문구' 등 논란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 업계는 오픈마켓으로 사업 판로를 확장해나가는 추세다.

8월부터는 위메프도 오픈마켓 전환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행보로 3대 소셜커머스 태생으로 불리는 쿠팡·티몬·위메프는 모두 오픈마켓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여론을 의식한 위메프는 업태 전환 이후에도 품질이나 반품, 배송 등에 따른 고객 지원 절차를 통신판매업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위메프는 무려 소셜커머스 비중을 30% 수준으로 낮췄다. "오픈마켓을 부분적으로만 도입하겠다"는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다. 또한 다른 티몬, 쿠팡과 마찬가지로 업체의 성격을 중개자로 한정했다.

업계는 현행 규제 시스템에서는 오픈마켓 비중이 높아질수록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들면서 사실상 오픈마켓으로 전환한 바와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또 위메프가 향후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한다면 얼마든지 오픈마켓으로 완전 전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소셜커머스들의 업태 전환으로 거래 내역에 대한 책임 회피가 손쉬워졌다"면서 "현행법상 업계가 자신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거래에 대한 책임지는 자가 따로 있음을 고지하면 얼마든지 면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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