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를 모토로 상품 자체의 힘으로 유통가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노브랜드가 트러블메이커가 됐다.
노브랜드는 온라인몰에 밀리고, 위축된 소비심리에 치이는 유통업계가 만든 자체 브랜드(PB)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형마트 전용 PB상품 노브랜드는 2015년 2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출범했고 2017년 2,900억 원을 기록하면서 매출이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이마트는 2016년 ‘노브랜드 전문점’을 출점하게 됐으며 2016년 말 7개였던 매장은 현재 110개까지 점포수가 증가했다.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이마트24’와 상권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노브랜드 전문점의 상품 가격이 이마트 24와 비교해 10%가량 저렴할 뿐 아니라 상품 종류도 훨씬 다양해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이마트 24 점주의 경우 노브랜드 전문점에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수동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노브랜드 전문점의 상품 가격이 이마트 24와 비교해 10%가량 저렴할 뿐 아니라 상품 종류도 훨씬 다양해 경쟁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지난 2016년부터 매장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팔아온 이마트24가 자체 PB상품를 개발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이라는 이미지와 가성비(가격대비 품질·성능)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이에 이마트24는 하루e리터, 견뎌바 등 자체브랜드 상품을 하나씩 개발하다 지난 7월에는 '아임e'라는 통합브랜드를 론칭했고, 지난달 기준으로 상품 가짓수도 41개로 늘렸다.
위 점주는 "노브랜드 상품은 대용량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1인 가구가 주 고객인 편의점 소비자 요구에 맞지 않고 이마트24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노브랜드를 축소하고 자체 상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강력한 반발에 이마트24가 매장에서 판매해오던 노브랜드 제품을 내년부터 팔지 않는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재고를 소진하는 것을 끝으로 이마트24에서는 노브랜드 상품 매입을 중단한다"며 "앞으로 노브랜드 자체 매장이나 이마트에서 판매된다"고 밝혔다.
이외에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노네임'과 표절 시비가 붙기도 하면서 논란을 불어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브랜드를 없애고 가격을 낮춘다는 것까지는 벤치마킹이라 부를 수 있지만 노란 바탕에 심플하게 제품명을 새긴 콘셉트까지 따라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이 철수하는 것은 신세계 산하 유통 계열사들이 '한 지붕' 아래서 서로 충돌한 전형"이라면서 "하지만 브랜드를 유통시키면서 시장 전체를 꿰뚫어 보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