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무인부터 최첨단 시설까지 스마트 매장 오픈 잰걸음...인력감축 불가피 우려도

손바닥 하나로 입장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제공=코리아세븐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직장인 여지수(29세)씨는 최근 회사 근처 편의점에 갈때마다 흥미롭다. 문앞 센서에 손바닥을 대면 문이 스르륵 열린다. 직원은 없지만 스피커를 통해 "어서오세요"라고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매장에 들어서면 가지런히 정렬된 상품들이 그를 반긴다.

여씨가 간식 대용으로 마실 주스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 앞에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상품을 꺼내고 앞을 떠나면 닫힌다. 계산할 때까지도 직원은 나타나지 않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상품을 올려 두면 가격이 뜨고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결제된다. 직원도, 카드도, 현금도 필요 없는 '스마트 편의점'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키워드들이 총망라된 스마트 편의점 경쟁이 뜨겁다. 직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을 넘어 ICT(정보통신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 '리테일 테크(Retailtech)' 경쟁이 시작됐다.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로드숍 진출

먼저 지난 2017년부터 스마트 편의점을 운영중인 세븐일레븐은 경기 수원 광교호수로 소재 광교SK충전소 내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새롭게 오픈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SK가스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공동 프로모션 추진과 충전소 내 스마트 편의점 개발 등 다양한 연계 업무에 상호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광교SK충전소점은 인공지능 결제로봇 ‘브니’를 필두로 시그니처 모델의 핵심 IT 기술을 모두 적용해 스마트한 쇼핑 환경을 구축했다.

로드숍 점포인 만큼 점포 출입 인증 시스템은 소비자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고려해 종류를 다양화하고 절차는 간소화시켰다. 출입문 옆에 통합인증 단말기를 설치하고 시그니처 대표 인증 수단인 핸드페이 외에 일반 신용카드, L-Point(엘포인트) 멤버십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인오피스(In-office) 상권 중심으로 위치한 만큼 핸드페이와 사원증 등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했다.

고객 안전 및 보안 시스템도 강화했다. 세븐일레븐은 그간 점 내부에 한정됐던 CCTV 관리 영역을 점 외부까지 확대했다.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를 캐릭터화한 고화질 스마트 CCTV ‘수리캠’을 개발해 점 외부에 2대를 설치하고 실시간 관리한다.

CCTV 모니터도 점 내부에 부착해 점포 관리자들이 빠르게 확인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수리캠 설치 점포의 매출 일부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리부엉이 보호에 후원할 계획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세븐일레븐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고 이상적인 미래형 편의점 모델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제 세븐일레븐의 미래형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한 상권에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재밌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GS25, 4차 산업혁명 기술 총망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마곡 사이언스 파크 LG CNS 본사 내 연구동 3층에 스마트 GS25를 테스트 점포로 오픈했다.

스마트 GS25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한 출입문 개폐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팔림새 분석을 통한 자동 발주 시스템 ▲상품 품절을 알려주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과 관련한 LG CNS의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기술 테스트가 이뤄진다.

점포의 출입문은 첨단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개폐된다. 출입문 옆에 있는 안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마친 LG CNS 연구소 임직원들은 출입이 가능하며 안면 인식을 통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스마트 GS25의 셀프 결제 시스템은 바코드 스캔을 통해 상품을 한 개씩 결제하는 방식에서 진일보한 최첨단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이다. 고객이 고른 상품을 직접 셀프 결제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스마트 스캐너가 이미지와 무게를 감지하여 1초 내에 여러 개의 상품을 한번에 스캔한다. 이후 고객은 안면 인식 인증이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면 된다.

고객이 다섯 개의 상품을 골랐을 경우 기존 바코드 스캔 방식으로는 상품을 차례로 스캔하므로 약 15초 정도가 소요됐는데 스마트 스캐너를 이용하면 1초에 스캔이 가능하다. 향후 상용화가 됐을때 고객의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한편 점포 근무자는 상품 스캔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므로 고객에게 시선을 맞추며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 응대가 가능해진다.

점포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첨단 영상 장비도 동원됐다. 상품이 진열된 매대에는 센서와 적외선 촬영 장비가 상품 간 진열 거리와 이미지를 인식한 후 점포 운영자에게 매대 상품이 품절되었음을 알려준다. 점포 근무자는 이를 통해 빠른 보충 진열이 가능해져 점포 매출 기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CCTV는 내점 고객들의 동선을 분석해 고객들이 어떤 곳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지를 규명한다. 이를 통해 점포 운영자는 어떤 매대가 더 생산성이 높은지 파악하여 상품 진열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GS25의 전자 장비, 에너지 관리는 원격 점포 관리 시스템인 SEMS(Smart Energe Management System)가 담당한다. SEMS는 이미 5000여 GS25 점포에 도입되어 에너지 절감과 점포 관리 편의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 기반의 SEMS는 점포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의 에너지 관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전자장비의 이상 유무를 즉시 파악해 관제 본부에 알린다. GS리테일은 스마트 GS25를 연말까지 테스트 운영하며 향후 가맹점 적용이 가능한 기술들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칠 예정이다.

◇ CU, SK㈜와 손잡고 미래형 기술 공동개발

CU(씨유)는 차세대 편의점 개발을 위한 첫 발을 뗐다.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SK㈜와 함께 ‘혁신적 Digital 기술기반의 미래형 편의점 구현에 대한 공동 개발 등’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BGF리테일이 보유한 편의점 운영 노하우와 전문 지식, SK㈜ C&C는 물론 SK그룹의 다양한 Digital Transformation 경험과 첨단 IT 기술을 융합하여 미래형 편의점 구현과 관련한 기술 개발, 시범 운영 및 확대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은 지금까지 미래 편의점을 위한 변화를 적극 주도해왔다.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편의점 근무자를 위한 AI(인공지능) 도우미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며, 같은 년도 10월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상품 스캔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고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비대면(un-tact) 결제 시스템인 ‘CU 바이셀프(Buy-Self)’를 론칭했다.

특히 ‘CU 바이셀프’는 별도의 공간적, 비용적 소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 점포에도 즉시 도입이 가능해 향후 무인 편의점 구현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예정이다.

BGF리테일 박재구 사장은 “최첨단 IT 솔루션을 결합한 차세대 편의점 개발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맹점의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편의점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 편의점의 그늘

스마트 편의점은 앞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청년소비자연합 이경민 간사는 "스마트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본사나 점주에게는 스마트하겠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라며 "스마트 편의점이 일상화되면 계산원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점을 짚었다.

이어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정부의 조치는 필요하지만 기존 직업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법이나 제도로 늦춰서는 안된다"라며 "과학의 이중성은 선도 악도 아니다.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대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이 이중성을 좀 더 진보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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