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배송 서비스 반경 1.5Km...상권 침해 강도 높아져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같은 업종의 사람들끼리 왜 서로 죽이려 안달인지 모르겠다. 옆 매장이 배송서비스를 시행하면 우리라고 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 GS25를 운영 중인 김씨는 지난 8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한탄했다. 경쟁업체인 편의점 CU가 돌연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앞서 CU, GS25를 비롯한 편의점업계는 올해 3월 100m 이내 편의점 입점을 지양키로 합의했다. 출점 거리에 제한을 둬 각 브랜드 별 상호 수익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업계가 '상호 수익성' 보장에 뜻을 모은 상황에서 CU가 '배송 서비스'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배송 서비스'는 또 다른 신규 출점

이날 취재에 협조한 GS25, 세븐일레븐 등 점주들에 따르면 CU는 새로운 사업으로 '배송 서비스'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m 근접출범 제한'으로 신규 출범에 제동이 걸리자, 배송 시장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CU 배송 사원이 주문 상품을 들고 매장 문을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 점주 이모(47) 씨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사업 방식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전국 주요 중심가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내세운 규모의 경쟁으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모색했고, 그 결과 배송 시장에 뛰어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세븐일레븐 점주 최모(44) 씨는 전국 점포수 1위를 자랑하는 CU의 점주들 역시 월평균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CU를 비롯, 편의점주들의 월평균 수익은 2017년 196만원에서 2018년 130만원으로 33.6% 급락했다. '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CU 점주 눈치 살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최모 씨는 “점주들의 수익이 악화되자 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점주 눈치 살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는 경쟁업체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신규 출점과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식이면 100m 출범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배송 서비스 반경은 1.5Km...상권 침해 강도 높아져

이날 취재 현장에서는 편의점 CU의 배송 서비스로 인해 상권 침해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점주는 "이전까지 오프라인 매장(편의점)의 신규 입점에만 귀를 기울여 왔다면, 이젠 경쟁업체의 배송 서비스도 신경써야 한다"며 "오히려 (배송서비스가) 인근 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슨 얘기일까? 본래 업계가 합의한 근접출범 제한은 '100m 이내'의 거리로 한정돼 있다. 반면 CU가 밝힌 배송 서비스 지역의 범위는 1.5Km에 달해 해당 반경의 주요 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서울 CU 등촌아름점 기준 상권 반경의 차이. 배송 서비스 지역에 다수의 편의점 업체가 포함됐다. (흑색원=100M 출범제한 반경, 적색원=배송 서비스 반경)

그는 "일정 거리 이내 출범을 제한해 편의점 점주들의 수익을 보장하자던 100m 출범제한의 취지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배송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타 편의점의 상권 권역까지 일괄 포함되기 때문에 근접 출범 제한은 업계간 출혈 경쟁을 재차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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