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20주년 기념 리니지 무료화 선언…게이머, 현질 없이 게임 사실상 불가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출시 20년을 기념해 유료게임을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리니지 이용자들은 이번 엔씨소프트의 무료화 정책이 오히려 더 비싼 아이템들을 팔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현재 게임을 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엔씨의 무료화 선언이 오히려 '현금결제'를 막는 것이 아닌 더 부추기는 모양세라며 비판하고 있다.

1997년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장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의 과금 방식이 21년만에 정액요금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된 시점은 이달 초다.

엔씨소프트는 월 2만9700원의 리니지의 정액제를 폐지하고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을 골자로 시스템 전환을 공표했다.

리니지의 과금 방식 개편은 지난 1998년 9월 이후 약 21년만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리니지 리마스터' 업데이트에 이어 리니지를 떠난 유저들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유저 충성도가 높은 일명 '린저씨'(리니지하는 아저씨)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부분유료화와 함께 도입되는 유료 아이템 '아인하사드의 가호'를 통해 기존에 판매되던 콘텐츠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없이도 동일한 경험치, 아이템 획득량 증가 효과를 30일 동안 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리니지 유저들로부터 없으면 플레이가 어려운 필수품 중 하나다.

때문에 아인하사드의 가호가 사실상 정액제 요금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무료화 이후 리니지 이용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정액제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월 정액제를 없애면서 게임을 무료로 바꿨지만, 게임을 하려면 오히려 돈이 더 든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무료가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싼 아이템을 살 수 밖에 없도록 개편했다는 점이 유저들의 핵심 지적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레벨업을 해야 더 좋은 사냥터 가서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데, 엔씨가 무료화 후 아이템도 안 나오게 해놨고 경험치도 안 오르고 아이템 획득 확률을 낮춰버렸다”며 “실제로 리니지를 하는 사람들이 살 수 밖에 없는 아인하사드의 가호는 기존 3만원 짜리 월 정액제보다 2만 원이나 비싸고 이외에도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을 추가로 팔기 시작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게임을 무료로 한다는 핑계로 아이템 판매를 목적에 뒀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는 왜? 무료화를 선택했을까?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성인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 완화와 게임사들의 실적 악화와 맞물려 있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사들이 최근 출시된 게임들이 연이어 실패하자 기존 인기 게임 유저의 현금 결제를 통해 이를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불어 정부의 게임 결제 한도가 완화되면 과금너(지나치게 많은 현금을 게임투자하는 유저)들을 끌어들일 아이템을 미리 구축하는 속셈이라고 무료화 정책을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유저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지만, 최근 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차기작 '리니지2M' 출시까지 하반기로 늦춰지면서,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엔씨소프트에 유일한 수익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무료로 바뀐 리니지를 통해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회사 측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리니지 골수 팬이라는 한 유저는 “‘리니지'가 과거부터 게임 아이템 거래나 게임 중독, 사행성 논란까지 각종 이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 논란이 됐던 게임이라는 점은 알지만 골수팬들은 여전히 리니지를 지켰다”며 “다만 무료화를 가장한 아이템판매 등으로 신규 유저들이 하나둘 리니지를 떠나는 상황에도 회사는 현질을 부추기는 확률형 아이템만을 내놓고 있어 골수 리니지 팬들도 점차 게임을 떠나는 추세”라고 아쉬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역시 엔씨소프트의 지나친 현질 유도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향후 결제한도에 대한 폐지나 과금에 대한 이중규제 등 그동안 게임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시점인데 게임사들의 사행성 조장 이슈가 불거지면 또 다시 규제완화 동력이 상실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와 더불어 업계의 지나친 아이템판매 조장 역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무료화 정책은 보다 다양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문을 열어둔 것”이라며 “아이템을 사는 건 이용자들의 선택일 뿐이며 일부에서 제기된 확률 조작이나 현금결제 유도 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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