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대형마트에서 불어온 PB(Private Brand) 바람이 편의점과 대형 슈퍼까지 불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춘 감각적인 마케팅 전략은 PB 열풍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PB(Private Brand)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저렴하게 받아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이다.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된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제조업체 브랜드 (NB. National Brand)와 대비된다. 자가상표, 자사상표, 유통업자 브랜드라고도 불린다.
가장 많은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에도 뛰어들면서 PB 상품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해는 자체 매장까지 확대 운영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외에도 패션 브랜드 ‘데이즈’,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 등 PB 라인업을 유통업계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해빗’과 패션 브랜드 ‘TE’ 등 다양한 분야의 PB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온리프라이스’의 경우 1천 원단위 균일가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 결과 1년 만에 1등급 우유 등 1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린 제품을 다수 개발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PB 상품을 론칭해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CU는 지난해 PB 통합 브랜드인 ‘헤이루’와 헤이루를 대표하는 캐릭터 ‘헤이루 프렌즈’를 선보였고, GS25는 지난 2월 PB 통합 브랜드 ‘유어스’를 론칭했다. 이 밖에 세븐일레븐은 PB 브랜드인 ‘세븐셀렉트’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도 자체 브랜드 ‘아임e’를 출시할 계획이며, 미니스톱도 PB 브랜드 개발팀을 꾸리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대형 슈퍼마켓의 PB 상품 약진도 눈에 띈다. GS수퍼마켓 측은 자체상품(PB) ‘리얼프라이스’가 출시 9개월 만에 1000만 개 상품 판매를 돌파했다고 28일 밝혔다.

리얼 프라이스는 상품명에 협력 업체의 브랜드를 함께 표기함으로써 차별화를 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매출 증대와 자신의 브랜드를 함께 홍보하는 효과를 얻는다"라며 "고객은 GS리테일이 선별한 우수 중소기업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협력업체 하늘푸드의 경우 리얼프라이스 바삭한치킨너켓, 고소한돈까스 등 냉동 상품 3종 출시로 인해 전년대비 매출이 약 420% 증가했다"라며 "동성식품의 경우는 올해 130% 매출 증대는 물론 GS수퍼마켓과 함께 신상품에 대한 연구·개발·마케팅 등을 통한 기술력 향상을 기반으로 공장 증설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리얼프라이스는 2017년 11월 현미녹차, 물티슈, 미니꽈배기 등 24종의 상품을 첫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00여 종의 상품을 내놨다. 파트너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올해 말까지 약 200종 및 향후 500종으로 확대 예정이다.
PB 상품 열풍은 유통 공룡인 대기업의 몸통을 더욱 키우는 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는 "가격경쟁력을 가진 PB 상품은 유통업이 제조업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라며 "PB 상품의 특징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과 달리 광고·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가 가격 결정권을 유통업체가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직거래를 통해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의 제반 비용 가격을 낮추면서도 제조업체의 기존 브랜드를 취급하는 도소매업체와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체의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대형마트에 식기를 PB 상품으로 납품중인 모 중소기업의 사장은 "제조 영업이익률은 줄고 유통마진율은 증가하면서 PB 시장의 성장이 대형 유통기업에만 득이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