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돈 아이피허브 대표

이병돈 아이피허브 대표.
이병돈 아이피허브 대표.

특허출원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개 “등록될 것이다”라는 기대를 품고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와 같지 않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등록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특허 제도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특허는 선행기술과의 차별성, 신규성, 진보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엄격히 심사되며, 그 과정에서 거절이유가 제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따라서 특허출원 단계에서부터 “안될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을 전제하고 복안을 마련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특허가 등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과정이므로, 당연히 등록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 될 수도 있는 것을 왜 돈을 써가며 해야 하느냐는 단순한 의문은, 특허를 전략적 투자로 바라보지 못하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특허출원은 등록 여부 자체가 전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업이 얻는 경험과 준비, 그리고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출원만 하면 등록된다”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 심리적으로는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태도는 거절이유를 접했을 때 기업이 당황하게 만들고, 대응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게 한다. 특허는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며, 그렇기에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전략이 시작된다.

복안의 필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술이 충분히 등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혹시라도 심사관이 다른 해석을 한다면 그에 대비해야 한다. 

차선책으로 또 다른 기술적 특징을 강조하거나, 종속항에 다른 구성을 담아두면 독립항이 거절되더라도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명세서 작성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단순히 하나의 길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명세서 작성 시 복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청구항의 다층적 구성을 의미한다. 넓은 범위의 독립항에서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종속항을 두어 대안적 권리 확보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거절을 당하더라도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살아남아 기업의 자산으로 남는다. 이는 일종의 안전망이며, 기업의 기술을 단계적으로 방어하는 장치가 된다.

또 다른 복안의 형태는 하나의 기술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라면, 그 해결 방식뿐 아니라 다른 효과나 장점을 기반으로 별도의 출원을 고려할 수 있다. 

동일한 기술을 여러 각도에서 권리화하면,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권리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사의 진입을 막는 방어선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런 복안 전략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한 기업은 독립항만을 의존해 출원했으나 결국 거절되면서 아무 권리도 확보하지 못했다. 

반대로 또 다른 기업은 종속항을 다양하게 구성해 두어 일부 항목이 거절되더라도 나머지 항목으로 등록을 받아내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했다. 이 차이는 복안을 준비했는지의 여부에서 비롯되었다.

복안은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록이 안 될 가능성을 전제로 준비하면, 경영진과 연구개발 부서,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고민하게 된다. 이는 기업 내부의 협업을 강화하고,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특허출원은 단순히 희망을 거는 과정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전략적 투자다. 복안을 마련하지 않은 특허출원은 도박과 같지만, 복안을 준비한 특허출원은 위험을 관리하는 투자다. 

안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순간, 기업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특허등록을 위한 복안은 기업의 안전망이자 성장의 토대이며, 결국 기술을 시장에서 살아남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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