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기개세(逆發想氣蓋世)는 다른 생각,역설적 발상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김순환(언론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순환(언론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정부의 주택 공시가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동결에도 내년 서울 상급지 주택 보유세는 왕창 올라간다. 올해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1가구 1주택자라도 올해보다 보유세 부담이 30% 내외로 늘 전망이다.

정부로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세수 증대가 매우 고무적일 것이다. 유주택자의 세금을 더 걷어 요긴하게(복지와 상생 등) 쓰겠다는 집권층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를 하니 세금이 더 걷히는 훌률한 정책을 펼친 것에 은연중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책 당국이 개입,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단 하나의 방법은 ‘확실한 공급’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급보다 규제'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세수확보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면 규제는 버리고, 강동구에서 강서구까지 한강변에 초고층 마천루 아파트(임대,소형 등이 50%를 차지하는)를 허용할 것이다. 세계 문화유산 종묘앞에 초고층을 허용하는데 다른 일을 못할 일도 아니다. 이는 상상 외의 대량 공급 폭탄으로 서울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도 이런 좋은 정책을 결코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솔쏠한 부동산 세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대책으로 앞으로 서울 집값이 그대로이거나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 집을 사지 않는다. 목돈이 묶이는 데 집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전월세를 살면서 다른 재테크를 한다. 가수요가 안생겨 당연히 서울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고,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 모두 이런 정책은 펼치지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 등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세수 확보를 못하면 당연히 수혜(受惠)받는 이도 없고, 지지층도 줄어드는 것이 이유다.

서민 중산층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공급 아닌 규제 중심 주택 정책에 나선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세수(稅收)확보 때문이다. 여기에는 집값이 올라 집을 살 수 없는 이들에게 유주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혜택을 베풀겠다는 인식이 전제된다. 이는 서민이 집을 살 수 없게 집값을 올려놓고, 집있는 이에게서 세금을 걷어 복지를 베풀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갈라치지를 통한 보이지 않는 '매표(賣票)행위' 다름아니다. 

부동산규제 정책은 일시적 억눌림 현상 외에는 효과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정책인 ‘빅 피처(큰 그림)’를 스스로 그리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마지못해(?) 부동산 시장에 엄포를 놓고, 규제 공포탄을 쏠 뿐이다. 수많은 이들이 ‘집값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정부는 규제 쇼를 하는 것이다. 서울 부동산 불패와 규제 폭탄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무수히 반복되는 부동산 규제에 신물이 날 정도다. .

상생과 복지를 외치는 정부일수록 집값 상향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반에서 세금 인상을 하지 않고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통해 세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부동산 부자들이 교집합을 빚는 지점이 바로 '세금'이다. 부동산 정치가 당당히 개입하는 것이다. 있는 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없는 자에게 나눠주는  갈라치기를 해야 지지층도 결집할수 있다. 규제를 일삼는 정책 당국은 세수를 확대하고, 부동산 기득권층은 세금은 조금 더 내지만 집값 상승 혜택이라는 ‘몰염치(沒廉恥)’를 당당하게 누리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애초에 수많은 공약을 통해 복지와 상생을 지향하면서도 경제 전반의 세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세수(稅收) 확대없이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 인상없는 복지’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그것은 지난 5개월 서울 집값이 정답을 보여주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를 억제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취득·보유(재산세+종합부동산세)·거래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의도적인 정책 오류(공급보다 규제)를 했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잘 드러났었다. 이런 주택 정책 결과로 집값과 전셋값 급등을 불러왔고, 서민들의 아우성 속에 정권은 교체됐다. 그런데 지난 5개월 서울 집값을 보자면 이재명 정부에서도 ‘세수 확보’라는 빅피처는 변함이 없다. 지난 정부의 ‘집값 오름에 이은 세수 확보’가 결국 정권교체로 이어진 반면교사가 있는 데도 말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누구에게나 납세 의무를 부과한다. 그래서 과세(課稅)없는 자본주의 국가는 없다. 복지의 필수, 세금을 걷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공화국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정책 당국과 기득권(특히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확보와 집값 상승’이라는 몰염치(沒廉恥)가 결합한 상태다. 그래서 정책 당국은 더 많은 세수 확보를 위해 집값 상승을 위한 규제 정책을 성실히 수행한다. 당연히 부동산 부자들은 조세 저항을 하는 척하면서 집값 상승을 즐기고 있다.

합리적인 세금을 걷는 것에 극심한 저항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세금은 국가 지탱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값을 올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결국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지게 하는 중대 요소다. 서민 중산층을 더 못사는 길로 빠뜨리는 것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세금은 늘겠지만 무주택 서민들의 아우성은 커질 뿐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 중산층을 위한다면 교통좋고 학군좋은 한강변에 임대와 소형아파트를 집중 짓는 등 부동산 부자들이 아우성칠 정도로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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