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돈 아이피허브 대표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우리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고 설득하려 할 때는, 상대방이 이미 가지고 있는 심리적 허들, 즉 마음속 장벽을 제거하거나 넘어서는 일이 필요하다.
이 허들이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상황이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외부의 설득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 지점에서 특허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몇 건의 등록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 상대방은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그 기업이 해당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우리 회사는 기술기업이고 이런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득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이미 일정 부분 설득된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이는 곧 심리적 허들이 낮아진 상태에서 만나는 것과 같으며, 협상과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든다.
특허는 단순한 권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업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은 등록특허를 하나의 신뢰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는 투자자, 협력사, 고객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용한다.
특허가 없는 기업은 설명을 길게 해야 하지만,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그 자체로 설명을 대신한다. 결국 특허는 심리적 허들을 제거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이름만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특허라는 공식적인 권리는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확보할 수 있는 신뢰 자산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심리적 효과는 소기업에게 중요하다.
작은 기업이 특허를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협력사와 투자자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고, 불필요한 의심과 질문을 줄일 수 있다.
특허는 또한 기업의 전문성을 상징한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과정을 거쳤다는 증거가 된다.
상대방은 그 기업이 우연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써 신뢰 형성의 첫 단계가 훨씬 수월해진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이런 심리적 요인은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한다. 상대방이 이미 일정 부분 신뢰를 갖고 대화에 임한다면, 우리는 에너지를 설득보다 구체적인 협력 논의에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특허가 없다면 기본적인 설명과 신뢰 형성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의심을 품는 순간 기회는 쉽게 사라질 수 있다.
또한 특허는 기업의 시장 위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를 특허로 권리화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권리화된 기술은 법적 보호를 받는 동시에, 경쟁사에게도 신호를 준다.
이는 시장에서 우리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는 동시에, 심리적 허들을 낮춰 기업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특허는 불필요한 방어적 태도를 줄이고 자신감을 높여준다. 협상장에서 “우리는 아직 작지만, 이 분야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태도는 달라진다.
규모가 아닌 권리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허는 기업이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고 대등하게 설 수 있게 하는 심리적 무기다.
더 나아가 특허는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심리적 허들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이 특허로 등록되었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 자부심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금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로 연결되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결국 특허는 단순히 법적으로 기술을 보호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외부 이해관계자와 내부 구성원 모두에게 심리적 허들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가능성을 직접 말로 설득하지 않아도, 특허라는 증거가 대신 설득을 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보다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면 가능한 한 특허를 확보해 신뢰의 신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특허를 단순히 법적 권리가 아니라 심리적 허들을 제거하는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허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어 기업 전반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허는 결국 기업의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열쇠이며,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