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기개세(逆發想氣蓋世)는 다른 생각,역설적 발상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최근들어 몽골 부정부패범과 일반 사기 범죄자의 한국 피난 문제가 몽골 오피니언 리더층은 물론 재한 몽골인 사이에서 심심찮게 거론된다. 특히 몽골 고위층 부정부패 연루자들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몽골 국내 수배 전후에 출국, 한국에 숨거나 서울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정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몽골 국민과 재한 몽골인 중에는 이같은 범죄 연루자의 ‘한국 활용’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사이좋은 한-몽 관계에의 작은 금이라도 생길까 우려해서다.
몽골은 올해 6월 물러난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총리들은 평균적으로 1년 반 이하의 짧은 임기를 마쳤을 정도다. 이들 총리 대부분이 부정부패로 몰려 퇴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7월 권력 전면부에 등장한 어용에르덴 총리도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어용에르덴 총리는 집권 3년여 동안 부패를 ‘최악의 암세포’라 지적하며 부패 척결에 집중했다. 특히 투명한 정밀조사를 통해 대규모 부패 스캔들을 파헤쳐 몽골 국민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어용에르덴 총리도 아들 부부의 사치 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지난 6월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가 가결돼 결국 사임했다.
몽골 정치체제는 의원내각제 성격이 강한 이원 집정부제이지만 수도인 울란바토르 중심의 정치 권력이 형성돼 있다. 울란바토르는 인구가 180여 만 명으로 몽골 전체 인구 330만 여명의 절반 가량이 거주한다. 거주 인구가 적은 만큼 고위층과 금융인, 기업이 지연과 혈연, 학연으로 유착하기가 쉽다. 실제 부와 권력이 울란바토르 거주 고위관료와 정치인, 기업인에 집중돼 있기도 하다.
몽골 부정부패가 쉽사리 척결되지 않은 것은 인구 수에 비해 광활한 국토 곳곳에 석탄, 구리, 금, 우라늄, 몰리브덴과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광물자원 개발과 판매 등의 과정에 고위관료와 정치인, 기업인 등이 유착해 많은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와 금융, 기업이 담합, 생산된 부를 독식하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어용에르덴 전 총리 집권 이후 금융청문회가 열려 개발은행의 부실 대출이 드러났고, 정치인과 기업인 80여명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앞서 2022년에는 몽골 국영 광권(鑛權)관리회사 에르데니스 타반 톨고이(ETT)가 중국에 석탄을 공급하면서 부패에 연루 지탄을 받았다. 650만톤의 석탄이 몽골에서 중국으로 불법수출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 부패 스캔들에도 정치인·고위관료 등이 다수 연루됐었다.
그런데 이런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이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 혹은 수배 전후에 한국 등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몽골 오피니언들과 재한 몽골인들의 의견이다. 몽골 인민당의 거물급 정치인 T씨, 전 대통령을 지낸 A씨와 총리를 지낸 B씨, 몽골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 E씨, 고위 관료를 지낸 C씨와 D씨 등이 최근 10여년 사이 한국에 숨어지내다 귀국했거나 다른 나라로 빠져나갔다. 이들 외에 다양한 범죄에 연루된 자들도 한국에 숨어지내다가 출국했다는 게 재한 몽골인들의 주장이다.
몽골 고위층 부정부패 연루자의 ‘한국 활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재한 몽골인 이레씨는 “고위층 부정부패 연루자들이 한국을 쉽게 활용하는 것은 용모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해 국내에 거주하면 찾기가 쉽지 않데다 막가항 재력, 대부분 한국말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레씨는 대통령 총리, 고위관료 등 부패 연루자들이 몽골에서 빠져나올 때 기존에 발급해 놓은 다른 여권(공무원의 경우 일반 여권 등 복수의 여권)을 활용, 몽골 공권력에서도 뒤늦게 알 정도라고 귀뜀했다.
그래서 몽골인들 사이에서는 사고(각종 부정부패, 범죄 행위 연루)가 나면 우선 한국행에 방점을 찍는다고 한다. 솔롱고스(무지개 뜨는 나라, 한국)로 가기가 쉽고, 20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한국 수도권에 스며들면 종적(蹤迹)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란다. 한국 공권력도 몽골 정부의 공식 통보가 없는 경우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해 알 수없고, 별다른 단속도 하지 않기에 고위층 부정부패 연루자들이 한국에 와도 편안하게 생활한다 것이 이레씨의 주장이다.
몽골 국민들, 특히 몽골 오피니언들과 재한 몽골인들은 '솔롱고스의 나라' 한국에 대해 두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몽 교류 활성화로 몽골 발전에 공헌하는 한국과 부정부패 연루자의 한국 입국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않는 한국이다. 후자에 대해 특히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생해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캄보디아 사기 범죄 문제에서 보듯이 한국이 외국인 부정부패자의 숨는 곳이 되면 세계인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몽 관계의 경우 고위층 부정부패 연루자를 숨기거나 나몰라라 할 경우 어느 순간,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국도 이제 몽골에서 부정부패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자의 한국 입국을 제대로 감시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본국 송환 등에 저극 나서야 한다. 한국이 범죄와 범죄 연루자에 대한 투명성과 도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K팝과 K드라마로 형성된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 당국은 몽골 등 해외 부정부패 연루자의 ’한국 활용‘에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역발상으로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해외 부정부패와 범죄자 연루자의 한국 기생(寄生)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