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잘 살린 전면과 볼륨감 느껴지는 후측면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 등 '요즘 차' 실내 느낌 나
주행감각은 이름값...조용하고 연비 뛰어나
전기차 대세라지만 하이브리드 경쟁력 충분

[핀포인트뉴스 김종형 기자] 과감해진 디자인으로 호평받고 있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4세대에서 한 단계 진화해 사전계약 전체 기간동안 2만대 넘는 기록을 달성한 모델이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올 2월까지 4만대 넘게 팔려 인기도 증명했다.
시승한 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기름값 상승세에 가속이 붙던 지난달 23일부터 2박 3일간이었다.
수도권 시내와 고속도로 등 약 300km를 몰아보니 왜 많이 팔렸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세대 스포티지는 국내외 매체들의 호평을 받으면서도 기아의 아이덴티티도 잘 살렸다.
올라간 눈의 주간주행등과 함께 기아 시그니처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이 '스포티지'라는 이름에 잘 어울린다.
측면과 후면은 전면 모습과 달리 볼륨감이 느껴진다. 후면까지 연결된 수평 가니쉬와 리어램프가 볼륨감을 보여주고, 한 번 주름잡힌 모습이 '스포티지'라는 이름에 어울린다.

국산차가 '잘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실내다. 동급 수입차들과 비교했을 때 화려한 요소들이 있다.
12.3인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연결돼 요즘 차 느낌을 내고, 터치 방식 공조 조작 장치도 멋지다.
주행 중 조작할 때는 버튼식이 낫다는 평가도 있지만 디자인적으로 봤을 땐 분명히 성공이다.
다이얼 타입 변속기도 고급스럽다. 변속기 주변은 유광 처리돼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지문도 잘 묻어나 관리가 필요하겠다. 콘솔도 용량이 넓고 무드램프까지 적용됐다.

2열과 적재함도 넉넉하다. 이전 세대 대비 휠 베이스(축간거리)가 85mm 길어졌기 때문인지 조금이나마 좌석까지 조절할 수 있다.
레그룸(다리 공간)도 충분히 넉넉하다. 적재함 공간은 637리터고 2열은 폴딩이 가능해 적재 관련한 고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디자인과 함께 '이름 값'을 한다고 느낀 부분은 주행감각이다. 공차중량 1625kg에 달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임에도 민첩하고 날렵하게 달릴 수 있었다.
시승 모델은 1.6리터 터보 엔진과 함께 44.2kW급 모터가 들어가 최고출력 230마력에 264Nm의 최대토크로 일상용으로는 과한 성능을 갖췄다.
스티어링 휠(운전대)도 덩치에 비해 가볍다는 느낌으로 즉각즉각 반응하는 점이 기분좋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 적용됐는데 저단에선 아주 조금 변속 충격이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전기모터가 사용될 땐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이 조용히 움직이다가 엔진이 구동되기 시작하면 '본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 E-Ride를 적용했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과속 방지턱 등 요철을 넘을 때 반대방향의 관성력이 작용하도록 모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미 가볍고 빠르게 달려나가는 차의 주행감을 더 좋게 만들어줬다.
간선도로 등에서 빠져나가는 커브길에서도 쏠림을 완화해주는 게 느껴졌다.

국산차가 뛰어난 부문인 주행보조 기능도 능동적으로 개입하지만 말을 안 듣는 정도까지 가진 않는다.
정차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이용하니 반자율주행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안전상의 이유가 있겠지만 잦은 정차가 많은 도심 주행 환경에서 제동 간격이 다소 긴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
시승차는 시그니처 그래비티 트림에 사륜구동을 제외한 '풀 옵션'으로 각종 보조 및 편의기능도 풍부했다.
차선이탈경고 및 방지와 중앙유지 기능 외에도 전방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및 보조, 오토 하이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모니터(방향지시등 조작 시 작동) 등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연비다. 시승날부터 기름값이 가파르게 올라 3일 현재는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34원을 넘겼다.
3가지 주행모드(에코, 스마트, 스포츠)를 번갈아가면서 운전했음에도 17~18km/리터 수준의 연비가 유지됐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기름값은 물론이고 최신의 안전, 편의사양과 함께 주행하는 재미까지 갖춘 차였다.
가볍고 날렵해 주행이 즐겁고, 스타일도 좋고, 편의기능도 좋은 차.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만족시켰다.

소비자들도 이미 가치를 인정했다. 기아 스포티지는 지난해 7월 공개돼 사전계약 기록과 함께 지난달까지 4만대 넘게 팔렸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20%, 8000대 수준이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트림별로 3311만 원부터 3906만 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옵션이 더 추가된다면 시승차처럼 4289만 원까지 올라올 수도 있지만 옵션을 탈 필요는 없이 합리적으로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면 된다.
요즘 기름값이 비싸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3일 현재 1839원을 넘었다.
이런 때에 디젤의 자리를 거의 대체한 하이브리드를 고르는 선택은 합리적이다.
초반 가속과 연비도 좋고, 하이브리드는 진동과 소음도 보다 적다. 전기차 점유율이 해마다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5%선인데, 충전 및 정비 편의성이나 가격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스타일과 운전하는 재미, 연비까지 완벽한 삼박자 하모니를 이룬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