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긴축·고금리·경기침체로 코스피, 23.69% 하락
반도체 업황 악화에 내년도 '흐림' 전망…방산주·에너지주 강세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2280.45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2988.77) 대비 1년 새 23.69%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2280.45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2988.77) 대비 1년 새 23.69%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핀포인트뉴스 양민호 기자] 올해 국내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의 입에 출렁거렸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준은 40년 만에 맞은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급격히 금리 인상에 나섰고 파월의 발언에 따라 투자자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새해 첫 거래일만 해도 장중 3000선을 돌파하며 힘차게 출발하던 코스피지수는 긴축,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각가지 악재를 만나 1년 내내 흘러내렸다. 하반기에는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코스피, 최고점 대비 23.69% 하락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2280.45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2988.77) 대비 1년 새 23.69%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부터 1월 한달 내림세를 이어가다 설 연휴를 앞두고는 2600선이 붕괴됐다. 1월에만 12% 내렸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대믹 충격이 일어났던 2020년 3월(-11.7%)과 (2018년 10월 미·중 무역갈등(-13.4%)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증권가에선 금리상승 리스크로 인해 신흥국에 매도세가 집중된 영향과 1월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패시브(지수추종) 자금으로 인한 매물을 받아줄 수급 주체가 부재한 점을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 2월24일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큰 충격파를 던졌다. 유가가 120달러를 급당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이에 불안을 느낀 각국은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심화됐다. 

폭락장에 놀란 증권사들은 잇따라 코스피 하단을 조정하고 나섰다. 주요 증권사 10곳의 증시 전망에서는 2610~3600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크게 빗나간 모양새다.

2월부터 5월 초까지 2600선과 2750선 근처에서 지루한 박스권의 흐름을 보이다가 6월 중순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7월4일에는 2276.63을 기록해 지지선인 2300선마저 뚫었다. 증시변동성이 커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속출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속히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3조원에서 상반기에만 5조원이 줄며 17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앞서 금융당국은 7월 1일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조치를 취하는 등 증시 변동성 완화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정작 필요한 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국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끝내 꺼내들지는 않았다.

9월30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2155.45를 기록해, 2100선마저 위협받게 됐다.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진 탓이다. 이는 개인의 공황 매도(패닉 셀링)로 이어졌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코스피가 바닥을 찍은 직후 시작됐다.

이러한 지수 급락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경기침체, 미국 연준의 긴축노선 재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6·7·9·11월 사상 첫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마지막이었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5%포인트를 올려 4월까지 0%의 미국 기준금리가 8개월 만에 4.5%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만 2.25%포인트(1.00%→3.25%)나 올려야만 했다. 기준금리 상승은 곧 강달러, 환율급등로 이어져 증시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통상 금리인상으로 강달러가 지속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자금이탈이 발생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14일 FOMC회의에서 파월이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내년 증시회복의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내내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과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계속 반복되면서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실적 부진도 지수를 끌어내리는데 한몫했다. 반도체 수급악화에 따른 실적부진 전망에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크게 내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8일 기준 5만6600원을 기록해 올초 7만8300원보다 38.3%나 빠졌다. 올 초 14만9000원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도 48.9% 내린 7만6000원을 기록 중이다.

내년 반도체 업황 전망도 재고증가와 수요둔화가 맞물려 밝지 않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스마트폰 수요는 바닥을 잡지 못했다"며 "재고가 소진되고 있지만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지 못하고 있고, 아이폰 생산 차질로 없어진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스마트폰 수요는 반등할 것이라고 믿지만 아직은 중국 업체들도 감산을 검토 중"이라며 "삼성전자의 계획은 보수적이지만 그만큼 시장도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증시 주도주로 부상한 '태조이방원'…수익률도 '껑충'

올해 대부분 상장사 종목들은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태조이방원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테마 종목만큼은 상승랠리를 펼쳤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경기침체와 긴축 상황으로 반도체와 성장주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태조이방원'의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관련주인 현대에너지솔루션과 한화솔루션은 이날 기준 각각 136.45%, 24.5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태양광주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정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최대 수혜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조선주도 종목별로는 엇갈린 수익률을 보였지만 대체로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현대미포조선(25%), 현대중공업(26.58%) 등이 상승했다.

특히 올해 증시 주도주였던 2차전지 기업의 상승세가 눈부셨다.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1일 62만 400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뛰어넘기도 했고 소재주 포스코케미칼(24.31%),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 하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방산주도 단연 돋보이는 한해를 보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88%)와 LIG넥스원(33.53%), 현대로템(35.10%)도 나란히 올랐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증가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증권가의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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