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도 122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예상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환율과 유가에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도 1220원을 돌파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14.2원)보다 12.9원 오른 1227.1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른 1219.0원에 출발해 장중 최고 1228.0원까지 올랐다. 이는 종가 기준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020년 6월 1일(1232.0원) 이후 가장 높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가파르게 오른 환율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외환당국은 7일 "최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이나 역내 시장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외환수급 주체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11월 16일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10원대가 무너지는 등 하락 속도가 빠르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환율 하락이 급격하다"며 인위적 환율 변동에 대해 경고하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근 달러 강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유럽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폭격을 가했다. 이 원전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10배 이상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군 당국은 6일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우크라이나 전투기를 발진시킬 경우 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배럴당 90달러대 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30달러까지 넘어섰다. 

연초만 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10.24% 급등한 배럴당 130.2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130.89달러까지 치솟는 등 2008년 7월 22일(배럴당 133.75달러) 기록한 장중 최고치를 뛰어 넘었다. 

같은 날 미국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장보다 9.80% 뛴 배럴당 127.02달에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130.33달러까지 급등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8년 7월 22일(배럴당 132.07달러) 이후 최고치다.

최근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금지 제재를 가하게 될 경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의 배럴당 140달러 수준을 뛰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가치 상승은 수입물가 등에 영향을 줘 국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수입물가지수는 132.27로 전월대비 4.1% 상승했다. 지수 자체로는 2012년 10월(133.6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5개월 연속 3%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로 3%대를 넘어선 이후 11월(3.2%), 12월(3.7%), 올해 1월(3.6%), 2월(3.7%)를 기록했다.

반면,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등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경기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1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기 고조, 유가 급등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220원 중반으로 급등했다"며 "이미 2010년 이후 최상단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추가 무력 충돌, 핵전쟁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추가 급등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추가 급등을 하더라도 1250원이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팬데믹 발생 직후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급등 이틀 후 1250원대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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