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모럴해저드 ‘심각’...“상품 팔고도 신경 안쓴다”
금융소비자보호 인식조사 결과 4명 중 3명 "금융사 책임회피 지적"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금융회사들이 ‘상품을 팔고도 신경을 쓰지 않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팽배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조사가 나왔다.
특히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광고에 왜곡·과장이 심하며, 금융사고나 피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9~69세 국민 1045명을 온라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73.0%는 '금융회사가 상품판매후 고객에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중 75.7%는 '사고·피해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71.7%는 경영진이 소비자보호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금융회사의 윤리의식이 충분하지에 대해선 '충분하지 않다'는 답도 73.9%로 전년 68.4%보다 높아졌다.
반면 소비자들은 '금융회사가 소비자 보호에 노력한다'는 응답은 37.9%로 전년도 37.7%와 비슷했다.
또 '정부가 소비자보호에 노력한다'라는 응답은 59.5%로 전년도 56.1%보다 소폭 개선됐다.
조사에서는 금융소비자 만족도도 높지 않았다.
응답자의 30.5%가 금융상품과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불만족·불합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 30.4%와 비슷한 수치다.
소비자들은 금융사들에 대한 불만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약관·상품설명서 88.7% △과도한 서류 요청 85.3% △과도한 대기시간 65.7% △상품구매시 불충분한 설명 77.5% 등으로 답변했다.
금융사 광고에 대한 인식도 비판적이었다.
응답자의 80.5%는 금융회사 광고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돼 있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고령층이나 장애인, 청년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4%는 금융당국을 지목했다.
이외에도 금융소비자 81.1%는 인터넷·스마트폰 금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어렵다는 응답이 많아졌지만 일부 고령층은 인터넷뱅킹을 쓰기 시작하면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5년 내 대출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4.3%였고 이 중 46.3%는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이 너무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약관·상품설명서 개선을 통해 수익률 등 상품정보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광고 개선, 제재·분쟁조정 등 적극적 사후구제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신뢰 형성에 금융당국이 앞장서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2020년 업무계획, 금융교육 강화, 취약계층 지원 강화 등 정책 추진과정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