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이용기간 후 자동결제 ‘깜빡’...알고보니 ‘다크 넛지’ 상술
자동결제의 함정, 최근 2년간 소비자 피해 77건 발생
최근 구독경제 활성화로 ‘다크 넛지(Dark Nudge)’ 상술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크 넛지’는 주로 영상 및 음원 스트리밍 등 구독 시스템에서 발생하며,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번복을 귀찮아하는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노린 상술이다.
업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정기간동안 무료로 제공한 다음, 해당 기간이 지나면 이를 자동 유료화하는 방식이다. 유료 전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유료로 전환된 다음에는 해지 수단을 복잡하게 만들에 포기를 유도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처럼 ‘다크 넛지’란 팔꿈치로 툭툭 옆구리를 찌르듯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의 넛지(Nudge)와 어두움을 의미하는 다크(dark)의 합성어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다크 넛지와 관련된 소비자상담 사례를 분석하고 거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크 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중 ‘해지방해’, ‘자동결제’ 유형이 가장 많았다.
최근 2년 10개월간(작년 10월기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 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7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함으로써 해지포기를 유도하는 ‘해지방해’가 38건(49.3%)으로 가장 많았고,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이외에 사실과 다른 한시적 특가판매 광고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압박판매’가 4건(5.2%), 가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는 ‘가격오인’이 1건(1.3%)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발생 이유는 업체가 무료이용기간 경과 후 유료 전환 인접 시점에 명확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타났다 .
통상 사업자들은 구독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사전에 소비자의 동의를 얻어 무료이용기간을 제공하고, 무료이용기간이 경과한 후 소비자의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유료로 전환하여 대금을 자동으로 결제한다.
무료이용기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소비자가 유료전환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결제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료 전환과 가까운 시점에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이를 앱 상에 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글플레이스토어 및 애플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50개 앱을 대상으로 다크 넛지와 관련한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 자율 시정과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했다.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유료로 전환하는 26개 앱 중 유료 전환과 가까운 시점에 유료 전환 예정임을 고지한다고 표시한 앱은 2개에 불과했다.
또 피해 예방을 위해 결제 전 내역 고지에 약관이나 앱 상에도 피해 예방차원에서 자동결제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 따르면 콘텐츠이용계약이 2개월 이상이며 정기적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결제 전에 소비자에게 결제될 내역을 문자 또는 이메일 등으로 고지해야 하나, 실제로 이를 준수하지 않아 소비자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조사 대상 50개 앱 중 1개 앱만이 해당 사실을 약관에 표시하고 있었다. 가격은 소비자가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해야 하나, 2개 앱은 연 단위 구독상품임에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을 표시해 월 단위 결제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 한편 1개 앱은 모바일 앱을 통해 계약하더라도 전화로만 해지신청이 가능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격을 오인하도록 표시하거나 해지수단을 제한한 사업자에 대해 자율시정을 권고하고, 유료전환 인접 시점에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개정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소비자들에게는 “자동결제 상품을 이용할 경우 유료전환 시점을 알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알림기능 등을 적극 활용해 원하지 않는 결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결제금액이 소액이라도 매월 결제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야한다”고 당부를 전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