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9100만원 `로마네 꽁띠`가 전한 씁쓸함

롯데百서 팔린 초고가 와인 주머니 사정 뻔한 서민에겐 딴 나라 이야기

2020-01-16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9천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와인 판매 소식에 서민들의 씁쓸함이 더해지고 있다.

올해 설 상여금도 받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에 이른다는 현실 속에서 서민들에게는 초고가 와인 판매 소식은 괴리감을 넘어 허탈함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과 GS25 편의점은 설 선물용으로 9000만원대와 500만원대 초고가 와인을 각각 내놨다.

비싼 가격 때문에 팔릴 수 있을지 궁금했던 9000만원대 과 500만원이 넘는 5대 샤또 세트는 최근 잇따라 주인을 찾았다.

롯데백화점이 준비한 설 선물세트인 '로마네 꽁띠' 컬렉션 세트가 주인공이다.

생소한 이름의 이 와인은 이달 초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됐다.

2006년산과 2013년산 빈티지를 묶은 1세트로 가격은 9100만원에 달하는 제품이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로마네 꽁띠는 탁월한 품질과 엄청난 희소성 탓에 대표적인 초고가 프리미엄 와인으로 꼽힌다.

롯데는 1년에 단 6000병만 생산되고 판매처도 와이너리가 심사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물량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국내에 들어오는 특정 연도의 빈티지는 많아야 15병 내외 수준이라고 희귀성을 강조한다.

수년전부터 고급 프리미엄화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고가 제품들을 명절에 앞서 선물로 내 놓고 있는 것은 롯데백화점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GS25는 프랑스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 받는 샤또 1등급 와인을 모은 '5대 샤또와인 세트'도 550만원이란 가격에 내놨다. 이 제품 역시 최근 팔려 나갔다.

이 편의점이 함께 선보인 3800만원짜리 로마네 꽁띠 2013년 빈티지도 매일 문의전화만 100여통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는 소식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남에게 주는 명절 선물의 특성상 일반 제품보다 가격 저항이 크지 않아 웬만한 가격대의 상품도 금세 동이 난다"고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나 최소 몇백에서 최대 1억원 상당의 설 선물이 불티나게 판매된다는 소식은 주머니 사정이 뻔한 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필자와 같이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로마네 꽁띠'의 상징성은 가격과 희귀성이 아닌 자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는 최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무관치 않다.

국내 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경기 부진을 이유로 올해 설 명절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란 소식이 대표적이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팍팍한 경제사정에 상여금 지급을 줄이는 기업이 대다수다.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전년도에 맞춰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올해 설 경기(경영환경) 상황에는 대다수(70.1%)가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체감경기가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 느낀다는 방증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상여금은 고사하고 설 연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로마네 꽁띠'의 희귀성을 부러워할 여유조차 없다는 말이다.

예전 한 정치인이 어려운 서민경제를 빗대 "재벌곶간 넘치는데 서민 지갑만 털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정치인의 말처럼 9천만원대 로마네 꽁띠는 우리시대의 자괴감과 허탈의 상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