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구인·구직의 역설

기업, 지난해 계획한 인원 절반만 채용... 구인해도 1년 내 조기 퇴사자 늘어

2020-01-07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구직·구인의 역설이 채용시장에 불고 있다.

취업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구직자들은 넘쳐나지만, 기업들은 원하는 만큼 인재를 뽑지 못하고 있고 어렵사리 채용한 인원 역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 퇴사하고 있다.

기업과 청년의 서로 다른 눈높이가 이유다.

실제 모 채용사이트가 발표한 지난해 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0개사 중 275개사가 절반이 넘는 50.9%가 ‘계획한 만큼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

응답 기업들은 채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63.6%·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42.1%), ‘묻지마 지원이 많아서’(19.3%),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해서’(17.9%), ‘입사자가 조기 퇴사해서’(15.7%) 등이 뒤를 이었다.

계획한 인원만큼 채용하지 못한 직급은 ‘사원급’(67.9%·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청년실업이 늘고 있다지만 기업은 되레 적합한 인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직무별로는 ‘영업/영업관리’(22.9%·복수응답), ‘제조/생산’(20.7%), ‘서비스’(18.6%), ‘연구개발’(14.3%), ‘IT/정보통신’(12.9%) 등에서 인원을 못 뽑은 비율이 높았다.

반면 ‘기획/전략’(1.4%), ‘광고/홍보’(2.9%), ‘구매/자재’(4.3%), ‘인사/총무’(5%), ‘디자인’(5%) 등은 상대적으로 채용 실패율이 낮았다.

상대적으로 굳은 일이 많은 직종의 인원 확보가 어려운 셈이다.

어렵사리 채용한 인원은 1년 이내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 기업 중 퇴사자가 발생한 기업은 73.8%에 달했다. 이들 기업들의 지난해 전체 입사자 중 27%는 1년이 채 못돼 회사를 나갔다.

퇴사 사유를 살펴보면 ‘회사 규모가 작아서’(40.6%·복수응답)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연봉이 낮아서’(39.4%)가 뒤를 이었다.

이어서 ‘회사의 인지도가 낮아서(35.6%)’, ‘근무지가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 있어서’(18.8%),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이 좋지 못해서’(15%), ‘구직자가 꺼리는 업종이어서’(15%), ‘채용 수요가 많은 직무라서’(14.4%) 등의 이유도 상당수였다.

청년 채용불안의 시대라는 동떨어진 현상이 채용시장에 불고 있는 셈이다.

채용한 인원의 퇴직이 늘며 기업의 인력난은 되레 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구직과 구인의 불일치 현상을 바로잡을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단기적으로는 기업은 인력난 타개를 위해서는 연봉인상과 복리후생 그리고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퇴직자들은 ‘연봉(기본급)인상’(48.1%·복수응답), ‘복리후생, 근무환경 개선‘(43.8%), ‘사내 추천제도 운영’(19.4%), ‘회사 홍보 강화 채용 광고 게시’(15%),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14.4%)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스팩에 치우친 채용 조건 역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기업이 보다 우수한 인재를 뽑겠다는 생각에는 공감하나 지나치게 스팩에 기댄 채용은 결국 소수 구직자의 입맛만을 채울 뿐이다.

결국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맞춤형 인재는 늘고 기업 역시 인원 부족으로 애로 사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장기적 차원의 국가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전체 기업의 10곳 중 8곳이 넘는 82.3%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양극화를 실감한다.

이들 기업이 꼽은 채용 양극화 해소 방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47.4%·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감소’(46.6%)가 2위였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38.9%),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정책 강화’(37.7%), ‘비용 부담 적은 채용 시스템/솔루션 마련’(19.8%) 등이 있었다.

결과를 분석해 보면 결국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보다는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과 인식개선을 위한 지원이 장기적으로 채용의 역설을 해결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기업과 청년 역시 눈높이를 낮추고 장기적 비전을 준비한다면 이러한 역설은 성장의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다.

결국, 채용의 역설은 상호 눈높이를 낮추고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지속 될 수 없는 셈이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