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16] 청년이 미래다

최성훈 '벅스파파'대표, 곤충은 블루오션... 식용보다 파충류 먹이시장↑

2020-01-02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귀뚜라미 청년창업농을 찾아 간 용인의 공기는 싸늘했다.

경기도 용인시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자 아담하고 소박한 건물이 나타났다. 귀뚜라미 벤처기업인 '벅스파파'의 최성훈(38) 대표가 운영하는 사육장이다.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시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몸에 열기가 훅 달려든다.

최 대표는 “좀 덥고 음지를 좋아하는 귀뚜라미를 위해 온도를 28~30도로 유지하고 실내를 어둡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장 9m, 높이 2.7m의 공간에선 귀뚜라미가 불빛이 비추가 후다닥 어두움을 찾아 숨어들었다.

최성훈 '벅스파파'대표

◆ 자동제어 온습도 장치 직접 고안

시골의 탁 트인 풍광과 맑은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텃밭을 무척 좋아했던 최성훈 씨.

그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렇듯 성인이 된 후 도심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IT 시장에서 꾀 전문적인 일을 하며 살았지만 늘 자연의 삶을 꿈꾸며 갈증을 느끼던 차에 아내를 설득해 이주하게 됐다.

아내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려해 서울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지지 않은 곳을 찾아 용인으로 이사를 했다.

10년 이상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던 최성훈 씨는 시골에 사무실을 얻으니 공간이 남았다. 빈 공간을 활용해보고자 시작한 것이 귀뚜라미 사육.

최성훈 대표는“온라인 쇼핑몰 경력 10년에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직접생산, 적은 면적에도 가능한 곤충 사육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귀뚜라미는 개체 수가 아니라 단위 면적당 무게로 계산한다. 암컷과 수컷의 평균 무게는 1g인데 사업성을 판단할 때 한 칸에서 15kg(1만 5000마리)이 나오면 성공이다. 세 칸에서 45kg 생산하면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농가에는 고수익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고 설명했다.

사육 시설에는 가정에서 흔히 쓰는 계란판들이 독특한 형태의 수직 구조로 세워져 있고 온습도가 자동으로 제어되는 스마트 설비를 설치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자동 제어 장치는 워낙 고가라서 그는 직접 온도 기능 조절 장치와 습도 조절 장치를 자동으로 설정해서 설치했다.

IT 쪽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얻은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다.

최 대표는 “수십 차례 실험 끝에 고안해낸 최적의 귀뚜라미 사육 환경이다. 자금이 적은 나 같은 청년창업농은 아이디어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 곤충시장 식용은 한계... 먹이 시장으로 시선 돌려

대부분 청년 창업농업인들이 시골로 이주해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최 대표는 금세 시골에 적응했다.

그는 "생활면에서 도심보다 불편한 점이 많아 아내와 다투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갈등은 없었다. 제가 임대한 건물이 마을 이장님 건물이라서 이장님 소개로 동네분들과 쉽게 친해졌다.“고 밝혔다.

농업 중에서 남들이 하지 않은 시장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미래 식량이라고 일컬어지는 곤충으로 눈을 돌렸다.

최대표는 "곤충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허가되어 시장이 아직 포화상태가 아닌 귀뚜라미를 선택했다. 그래서 먼 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농장을 찾아다니고 해당 농가 중에서도 온라인에 강점을 두고 있는 귀뚜라미 농가의 관련 자료를 모으고, 모은 자료를 토대로 시설을 준비했다"고 창업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다소 선점된 식용곤충 시장 대신 먹이용 곤충 사업으로 한발 더 들어가기로 했다. 선반부터 사육장, 난방설비, 습도 유지, 먹이통, 급수기까지 모두 개척되지 않은 시장답게 기성품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설은 모두 최 대표 손수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사육공간은 30평 정도에서 월 매출 400-500백만 원이 나온다. 식용이 아니라 파충류 먹이로 나가는 것은 '대/중/소'로 나뉘어 크기 전에도 나간다. 작은 파충류는 작은 귀뚜라미 먹이 용이된다. 그래서 회전율이 빠르다. 다만 파충류들이 겨울에는 활동성이 떨어져 적게 먹기 때문에 300-400 정도 떨어진다. 아직 매출 규모가 작지만 수요가 많아 공급이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확장을 계획중이던데, 규모 2배가 되니 매출 2배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밀웜 사육도 함께 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파충류는 귀뚜라미와 밀웜을 같이 먹기 때문. 밀웜 매출이 생기면서 귀뚜라미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계산이다.

◆ 곤충사육 매뉴얼 없어, 신규 곤충사육인들 어려움 커

현재 매뉴얼화된 귀뚜라미 사육기술이 없는 것이 국내 상황이다. 그는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곤충사육에 대한 자료를 받았지만 그마저도 4-5년 전 자료라서 현실에 맞지 않은 부분이 크다.

최 대표는 "매뉴얼 대로 시도하면 사육하기 힘들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아 독학으로 사육법을 배우고 키우면서 온도/습도 조절법을 몰라서 하룻밤 사이 수만 마리 죽이는 등 실패를 거듭했다. 대부분 제 실패담을 듣고 크게 실망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크게 감흥 없더라. 처음부터 잘 키울 수 있을거라 생각 안 해서 그런가 보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료 수집할 때는 온라인에 다른 농장에서 키우는 과정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해 사육장을 전부 직접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 크게 다칠뻔했다.

최 대표는 "귀뚜라미 사육은 온습도 조절이 핵심이다. 전제 사육장에 자동시설을 설치해 24시간, 365일 일정하게 맞추도록 했다. 제습기/가습기 동시에 갖춰놓고 자동으로 돌아가게 끔 프로그래밍했다. 대중화된 소형기계인데 자동온습도 제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규모가 작은 농장은 고가의 대형 설비보다는 작은 것을 2-3대 분산해서 놔두면 골고루 관리가 된다." 밝혔다.

◆ 온라인 쇼핑몰 경험, 창농후 판로개척에 큰 도움

최성훈 대표는 10년간 운영했던 온라인 쇼핑몰 노하우를 귀뚜라미 판매에 적용해서 남들보다 판로 개척은 손쉬웠다.

최 대표는 "소비자들의 연령대와 소비 형태를 파악해 빅데이터로 만들어 마케팅에 적용했다. 대부분은 청년 창업농들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지만 미처 모르거나 놓치는 부분이다. 예를들어 대부분 소비자들은 파충류 먹이를 구매할 때 '귀뚜라미 판매'를 검색한다. 그래서 온라인 검색 키워드에 '파충류용 먹이' ,'살아있는 귀뚜라미' 등 세밀하게 집어넣으면 '벅스파파' 홈페이지가 상단에 노출된다. sns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살아있는 귀뚜라미' 키워드를 집어넣으면 단순 지식 검색이 아니라 실 구매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서 곧장 매출로 이어진다." 고 설명했다.

온라인 판매에 있어서 처음부터 자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두려움은 가지고 시작했지만 막상 판매해 보니 수요보다 공급쪽 요구가 높았다. 덕분에 청년창업농 지원금이 3년 뒤 갚아야 하는데, 이정도 추세라면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최성훈 대표의 온라인 판매법이 입소문을 타 혁신농업연구회, 한국농업아카데미에서 '온라인 마케팅' 강의까지 하고 있다.

◆ 지원자금 3억 덕분에 기반 닦는 토대 마련

처음 귀농했을 때 자본금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청년창업농 3억 저금리로 해줘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또 영농정착자금 덕분에 생활면에서도 숨통이 트였다.

최 대표는 "충분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지원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벅스파파'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청년 창업농, 귀농귀촌 저금리 지원책은 농촌인구 유입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더 크게 보면 향후 수입식품이 시장을 장악할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식품을 생산하라고 자금 지원하는 것이다. 수입 식품에 대응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농산물을 생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고 밝혔다.

'해충(害蟲)' 취급을 받았던 곤충이 이제는 돈이 되고 있다. 다만 곤충산업이 잘된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면 안 되고, 해당 곤충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다음에 시작해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최성훈 대표는 끝으로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농업은 그냥 농부가 아니다. 미래의 스마트한 농업을 꿈꾼다. 또 농업인들과 농촌과 하나 되어 함께 웃고, 나누고, 성장해가는 그런 농부를 꿈꾸며 귀농의 길을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