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⑭] 청년이 미래다
조규제 '강훈목장' 대표, 스마트축산·유제품 가공으로 10억 고소득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강훈목장' 조규제 대표는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릴적 철없던 시절에는 냄새나는 축사가 집인것이 몹시 싫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한국홀스타인 품평회에 나가 당당히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목장일에 재미와 흥미를 붙였다.
행복한 젖소가 자라는 목장을 만들겠다는 소년은 자라서 어느새 청년이 됐고, 건초더미 위에 누워 목장의 젖소들이 배부르게 먹는걸 보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제 사육뿐만 아니라 유제품 가공으로 축산업계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 아버지 목장 이어받아 축산 스마트팜 선도농가 자리매김
1985년 젖소 세 마리로 시작된 강훈 목장은 2006년 로봇착유를 도입, 150마리로 늘렸다. 경북내에서 선도 축산농가로 손꼽힐 만큼 잘나갔지만 아들인 조규제 대표가 목장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조 대표는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축산을 하셨다. 몸소 부딪혀가며 익힌 노하우지만 체계적이지 못했다. 사육 두수가 늘고 중견 목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경영과 사육 시스템 도입이 필요했다. 그래서 축산학과에 진학해 현대적인 축산교육을 받았고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착유 초창기부터 목장에 적용했던 강훈목장은 조규제 대표가 ICT를 적용해 자동화를 적용함으로써 체계적인 사육 환경을 조성했다.
또 조사료를 직접 재배했던 아버지를 이어 수입지출 부분은 모두 꼼꼼히 기록하고 데이터화했다. 이 데이터는 경영 누수를 줄이고 이듬해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도 겪었다.
조 대표는 "경험은 부족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후계자, 신기술에 서툴지만 경험이 많은 아버지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많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아버지의 주장과 제가 주장하는 것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출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착유세정수에 있어서 아버지는 공간의 활용성을 위해 지하 매립식을 원했고, 조 대표는 유지관리를 위해 지상식을 주장했다. 결국 축사 내부 구조상 활용성이 낮은 공간에 지상식을 위치하도록 해 공간의 활용성을 살리면서 유지관리를 위해 지상식을 설치했다.
◆ 낙농 스마트팜의 꿈을 펼치다
조규제 대표는 낙농 스마트팜 실현을 위해 목장 이전을 계획했다.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 허가를 받고 청년스마트팜자금으로 축사를 건축했다.
조 대표는 "낙농분야 청년스마트팜 자금 대출은 농협에서 제가 처음이라 많은 시행착오와 까다로운 심사가 있었다. 그로 인해 대출 확정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까다로운 심사 덕분에 더욱더 분명한 축사를 지을 수 있었다. 낙농스마트팜은 젖소들이 원하는 시간에 젖을 짜서 젖소에게 착유의 자유를 제공해 생산성을 높였다. 또 개별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건강관리칩을 장착하고 자동사료급여기, 배합기 등을 통해 개체별 관리를 통해 도태되는 사고를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스마트한 목장을 갖출 계획이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주때 마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악취 없는, 친환경 축사를 실현했다. 두당 사육면적을 최대한 확보해 악취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 축사의 높이를 높게 하여 환기가 잘 되도록 하여 축분으로 인한 민원의 소지를 없게 설계했다. 또 철저한 방역을 통해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축사의 모든 출입구에 차량차단기, 차량소독기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 스마트 축사 운영, 편리해진 부분 많아
스마트팜 축사를 운영하며 편리해진 부분이 더 많다.
조 대표는 "로봇착유기와 발정탐지기가 가장 유용하다. 발정탐지기라고 장비가 있는데 저희는 건강측우기라고 부른다. 이 장비는 발정만 탐지하는 것이 아니고 반추활동, 섭취량을 알 수 있다. 섭취량은 소의 식도가 움직이는 것을 체크한다. 또 소는 반추동물이다. 즉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다. 되새김질을 얼마나 하는지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되새김질을 측정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되새김질이 훅 떨어진다면 이 소가 문제가 있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다. 예를들어 임신한 소라면 분만을 하려 하는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다. 분만을 했는데 반추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면 이소가 열이 있거나 다쳤거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외에 로봇착유기를 사용하며 들었던 장단점을 꼽았다.
조 대표는 "장점으로는 생산량도 증가(15%↑)하고 노동강도를 줄이고 시간을 많이 절약해준다. 특히 젖소는 하루에 2번 정도 착유를 하는데 우유가 12시간 정도 젖소에게 머무르다 나온다. 하지만 로봇착유를 하면 어떤 소는 6시간마다 착유를 할 수도 있어서 자기가 짜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짜준다. 조금씩 자주 짜다보니 소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젖소 입장에서 보면 무거운 짐을 중간에 자주 비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점으로는 24시간 얽매여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하루종일 가동이 되다보니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른다. 새벽에도 장비에 이상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연락이 온다. 무슨 일을 보다가도 다시 들어가서 장비를 살펴야 한다. 누군가는 상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젖소는 하루에 2회 정도 젖을 짜야 하는데 짜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 남는 원유 활용해 유제품 가공에 도전
조규제 대표는 스마트팜을 구축하면서 남는 원유를 활용해 유통판매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는 "우유는 우유 가격 연동제가 있어서 일정 소득은 보장이 된다. 반면 원유쿼터제가 있기에 원유를 많이 생산한다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유제품 가공은 낙농가에 가장 중요한 사업 아이템이다. 그는 현재 요거트, 치즈 두 가지 형태로 판매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작게나마 설비를 갖추고 연습 삼아 가공을 시작했고 현재 구미에 공장을 갖추게 됐다. 요거트는 로컬푸드 8곳, 마트 5곳, 학교급식에 출하되고 있다. 치즈는 구워먹는 치즈(할루미치즈)로 가공하는데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장에서 나오는 유제품 비율로 보면 원유가 90%를 차지하고 요거트와 치즈가 10% 정도 출하된다. 학교급식에 출하되는 요거트는 월 2만명 분량이다.
학교급식 선정은 매우 까다로워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조 대표는 "영업은 특별한 비법이 없다. 발로 뛰어야 한다.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행사 소식만 접하면 무조건 찾아갔다. 지자체가 장터, 축제를 비롯해 엑스코 박람회, 전시회 등 갈수 있는 행사는 제품을 싣고 가서 몸으로 부딪히며 홍보했다. 이렇게 발로 뛰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소비자와 업체를 만나서 유통망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조규제 대표는 낙농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을 향해 "낙농은 기술 집약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기술을 배우고 상세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저도 사업계획서를 100페이지 정도 작성했다. 어떻게 생산을 하고 내가 몇두를 키울 것이며 토지는 어떻게 마련하고 마케팅, 판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세세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계획이 없으면 실행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